[르포] 청주시 흥덕구 궁평리 수해복구 현장을 가다
경기도 오산시 지역자율방제단
폐비닐·덩굴 등 수거작업 펼쳐
청주 자원봉사자 8776명 활동
중국동포협회 등 온정 전해와
현재 구호금 모금액 15여억원

▲ 26일 오전 수해를 입은 청주시 흥덕구 궁평리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비닐 등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송휘헌 기자

[충청투데이 송휘헌 기자] "직접 와서 보니 이렇게 피해가 심각한지 몰랐다."

온도계의 수은주가 30도 이상을 가리킨 26일 오전 9시 40분경 청주시 흥덕구 궁평리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40여명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청주의 수해 소식을 듣고 찾아온 경기도 오산시 지역자율방제단이다.

봉사자들은 오이를 키우던 비닐하우스 이곳저곳을 다니며 폐비닐, 덩굴 등 수거에 분주했다. 비닐하우스 안의 온도는 40도 이상을 웃돌았고 ‘찜통’이 따로 없었다. 또 아직 수해의 흔적으로 이곳저곳이 질퍽질퍽한 뻘밭으로 변해있었으며 말라비틀어진 덩굴을 집어 올리자 흙먼지가 뿌옇게 하우스 안을 덮었다.

하우스 안에 폐기물을 수레로 옮기면 밖에서 기다리던 트럭에 상차하는 것도 봉사자들의 몫이다.

오전 10시 30분경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폐기물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고 트럭 10여대 분량을 싣고 나가기를 반복했다.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지고 있지만 웃으면서 서로를 격려했다. 양손 가득 덩굴을 들고 나오는 봉사자에게 엄지를 추켜올리고 "하우스에서 (폐기물이 많이 빠져)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웃으며 일합시다" 등의 응원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승이(54·여·오산시 수청동) 오산지역자율방제단 부단장은 "뉴스에서 오송의 수해 이야기를 듣고 청주에 있는 지역자원방제단과 협업으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오게 됐다"며 "이틀 전 괴산도 다녀왔는데 오송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다. 하우스활대 빼고는 쓸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자율방제단은 솔선수범의 자세로 전국의 재난 지역을 돕는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오이 출하 일주일을 앞두고 수해로 비닐하우스를 보며 망연자실했던 농장주도 봉사의 손길에 웃음을 내비쳤다. 이병용(62) 농장주는 "비닐하우스 16동 모두 침수됐는데 봉사자들의 손길이 많은 도움이 된다"며 "더운 날씨에 옷까지 다 버려가며 일하는 모습에 굉장히 고마워서 말도 못 하겠다"고 말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에는 일상을 되찾는데 도움이 되고 싶은 사람들의 온정이 모이고 있다.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25일까지 2만 7006명이 집중호우 피해복구에 투입됐다. 이 중 자원봉사자는 8776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공무원과 군장병을 제외한 순수 자원봉사자는 1일 평균 약 800여명이 찾았다.

특히 지역의 직능단체를 비롯해 영동·옥천 의용소방대, 충북대학교 동아리, 경기도 광명시·파주시, 주한이스라엘 대사관, 중국동포협회 등 다양한 곳에서 온정을 나누고 있다.

이와 함께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리드산업개발, 구룡개발 주식회사·씨에스에프 주식회사, 오뚜기, 코레일유통 충청본부 등 다양한 기업에서 후원과 물품을 지원했으며 현재 구호금 모금액은 15여억원으로 집계됐다.

송휘헌 기자 hhso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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