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봉식 대전 유성구의회 의장

거리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탕거리는 온천산업이 활성화되면서 크고 작은 목욕탕들이 자리 잡고 있던 유성의 일부 거리를 동시대 사람들이 명명한 것이다. 원래 유성온천 발원지에서 약 700m 이내의 구도심지에 위치해 있었으나 현재는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온천관광산업의 부침에 따라 탕거리도 같은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여행을 다녀보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명한 거리들이 많다. 국가나 지방정부는 때때로 특정한 거리에 문화적·상징적·역사적 의미를 부여해 새로운 정체성(identity)을 구성하기도 하고, 거리 자체가 가진 특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정체성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원근의 많은 사람이 목욕을 위해 분주하게 다녀 상권이 활성화돼 있던 길을 자연스럽게 ‘탕거리’로 불렀다는 점에서 거리 자체의 특성으로 정체성이 형성된 유형에 가깝다. 따라서 문헌상의 기록은 거의 없이 일부 사진과 구전으로만 남아 있다.

필자는 이전에 유성온천의 새로운 비전을 위해 몇 가지 제언을 기고한 바 있다.

제언의 핵심은 현재의 계룡스파텔 부지를 활용한 가족형 온천 테마파크의 조성과 탕거리의 복원이었다. 전자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도심 속 온천’이라는 차별적 경쟁력을, 후자는 탕거리를 브랜드화하고 로컬푸드를 활용한 향토 맛집 특화 거리를 조성해 상권의 활성화를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제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대의 관광트렌드는 가족형, 체류형 관광이다. 단순히 볼거리에 머물지 않고 놀거리와 먹거리가 필연적으로 수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탕거리의 복원은 관광산업의 한 축으로 매우 중요하다.

탕거리 주변에는 이미 다양한 향토 맛 집들이 형성돼 있어 중장년층 고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옛 향수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궁동과 봉명동 거리에 젊음이 있다면 탕거리에는 추억이 숨쉬고 있다. 현재 유성구는 온천지구 관광거점 조성 사업을 통해 온천문화 체험관 조성, 주요 관광 콘텐츠 개발, 목재친화도시 연계, 축제의 다변화 등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케팅계에는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돼 있는 것이 소비자"라는 격언이 있다고 한다. 소비자의 충성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시간적·공간적 연계 방안을 고려한 개발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필자가 주장하는 가족형 온천 테마파크와 탕거리 복원도 마찬가지지만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특정의 사업, 구역, 거리가 아니라 그것들 사이의 연결 방식이라는 점이다.

혹자는 탕거리 복원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나는 방랑기사로 살아갈 것이다"라며 진정한 편력기사를 꿈꾼 라만차의 늙은 시골귀족 돈키호테처럼 꿈을 향한 열정을 내려놓기에는 아직 이르다. 필자는 지금 심어놓은 이 씨앗 하나가 먼 훗날 큰 폭풍을 가져오는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역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 향수 가득한 탕거리를 이제 향토브랜드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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