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60대 남성 초등생 4명 덮쳐
9살 배승아 양 사망… 전국적 ‘공분’
음주운전 처벌수위 확대 주장 거세
전문가, 실효성 있는 예방책 조언

 

[충청투데이 노세연 기자] 대전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9살 초등학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지면서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속 방지를 위한 도로 설계·안전장치 도입 노력과 더불어 감시자로써 시민들의 역할을 강조한다.

10일 대전 둔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2시경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에서 60대 남성 A씨가 음주운전을 하다 인도에 있던 초등학생 4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9살 배승아양이 병원에 긴급 이송됐으나 하루 만인 9일 오전 끝내 숨을 거뒀다.

대낮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사망사고에 지역사회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공분이 일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바라는 글들이 올라와 있고, 음주운전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는 음주운전을 살인죄로 처벌하자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개시해 인터넷 카페·블로그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범국민적 움직임과 함께 둔산동 사고 현장에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고가 난 탄방중 인근 교차로 스쿨존 길가에는 시민들이 놓고 간 편지와 인형, 꽃다발 등이 한가득 펼쳐져 있다.

10일 탄방중학교 인근 교차로 스쿨존 길가에 추모를 위한 물건들이 놓여져 있다. 사진=노세연 기자
10일 탄방중학교 인근 교차로 스쿨존 길가에 추모를 위한 물건들이 놓여져 있다. 사진=노세연 기자

몇몇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한참 동안 배양을 추모하기도 했다.

추모객 이현지(30대) 씨는 “밤도 아닌 낮에, 그것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한 사람의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행동 때문에 어리고 귀한 생명이 떠났다”며 “승아양과 유족들을 위해서라도 강력한 처벌과 재발 방지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배양의 이름과 생전 모습 등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상태다.

배양의 빈소에서 만난 그의 친오빠 B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승아의 모습과 이름을 공개했다”며 “가족 모두가 많이 힘들고 아프지만 우리 승아의 일이 널리 알려져 음주운전 없는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보다 실효성 있는 음주운전 예방책들이 국내에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유재두 목원대 경찰법학과 교수는 “음주운전은 과도할 정도로 세심하게 제재하지 않으면 막기 어렵다”며 “음주측정기를 주류판매업장에 보급해 수시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과속 시 소음과 강한 진동을 일으키는 ‘럼블스트립’을 스쿨존에 도입하며, 스쿨존 안전펜스 설치의무도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대전지방법원은 10일 오후 이번 사건의 피의자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배승아(9) 양의 빈소가 마련돼있다. 사진=노세연 기자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배승아(9) 양의 빈소가 마련돼있다. 사진=노세연 기자

노세연 기자 nobird@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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