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 뉴스플랫폼부 부장

▲ 사진=윤지수 기자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인간들도 너무나 많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모여 직업에 대한 회의감으로 다가온다. ‘기자’라는 직업이 그렇다. 끔찍해 읽고 싶지 않은 기사들도 읽어야 하고, 가슴 아픈 뒷이야기들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물론 훈훈한 기사들도 있지만 그보다 끔찍한 기사들이 더 많다. 그건 어두운 사회임을 보여주는 반증일 수도 있다. 혹은 행복보다 ‘불행’이 더 자극적이고 이슈가 되는 씁쓸한 세상이기에 그럴 수 있다.

☞그리고 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니 믿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지난 8일, 음주운전 차량이 인도를 걷던 초등생 4명을 덮쳤다. 대전 스쿨존에서 일어난 참변이었다. 그것도 대낮에 말이다. 그 사고로 9살 배승아 양이 사망했다. 부상을 입은 다른 초등생들의 상태도 심각하다. 피해자 1명은 뇌 수술을 받아 중환자실에 입원해있다. 다른 1명은 실어증 증상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1명은 퇴원했으나 후유증 진단을 위해 재입원했다. 승아 양은 어린 나이에 그렇게 세상을 떠나야만 했다. 그저 친구들과 다이소를 구경한 뒤 즐겁게 길을 걷던 중이었다. 어느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이별이었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가해자는 만취 상태였다. 가해자 A 씨는 60대 퇴직 공무원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지인 8명과 점심 식사를 하며 소주·맥주 13~14병을 나눠 마셨다. 그리곤 운전대를 잡은 지 20분 만에 사망 사고를 냈다. 체포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08%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A 씨는 사고 다음날 오전까지도 조사가 어려울 정도로 만취 상태였다는 진술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A 씨가 차량에 탑승하는 영상이 공개돼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A 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대며 차량에 탑승했다. 습관인 듯 그렇게 행동했다. 정신없어 보이는 그 와중에 운전대를 잡은 것이다. 영락없는 예비 살인자의 모습이었다.

☞음주 운전은 ‘습관’이란 말이 있다. ‘안 걸린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음주 운전의 재범률은 2019년 43.8%에서 2021년 44.8%로 늘었다. 마약사범 재범률보다 높다. 이 모든 건 음주 운전을 가볍게 여기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됐다. 음주운전자 대부분은 "이 정도는 괜찮아", "안 걸리면 되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경각심이 아예 없는 것이다. 이는 처벌이 가벼운 탓도 있다. 한국은 술에 너무 관대한 나라다. 연예인들만 봐도 그렇다. 음주 운전을 했을지언정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 나온다. 이대론 막을 수 없다. 음주운전자에게 가중처벌을 하는 윤창호 법도 위헌 판결로 사실상 사라졌다.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 음주운전자는 살인자로 간주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 도입도 필요하다. 9일 경기 하남에선 음주 차량에 떡볶이를 배달하던 50대 가장이 치어 숨졌다. 바뀌지 않는다면 계속 일어날 안타까운 일들이다. 현재 음주차량엔 ‘브레이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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