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공공기관 혁신 공운법… 경직된 연구현장 해답을 찾다
<글 싣는 순서>
上. 갈길 먼 연구인력 충원
中. 공공기관 혁신 여파…손 못대는 경상비
下. 연구현장, "이대론 과학강국 실현 어렵다"

上. 갈길 먼 연구인력 충원
올해 NST 산하 출연기관 349명 인력 요청에도 11명만 늘어
R&D 투입 비용 늘며 연구 과제 늘었지만 인력 충원 못 따라가
기재부 운영 효율화 내세워… 공공기관 혁신 규제 등 이유 다양

[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2030년 과학기술 5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정부가 올해부터 5년간 17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히는 등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연구현장에선 사기가 저하되고 각종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율성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한 연구환경 조성 마련이 절실한데, 수년째 개선이나 변화가 생겨나기보다는 오히려 연구현장을 옥죄는 규제들로 아우성이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의 심장으로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정부출연연구기관을 공운법에서 해제해달라는 목소리가 있고, 지난해 공공기관 혁신에 따른 여파까지 이어지며 과학기술계 ‘위기론’까지 부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청투데이는 현재 과학기술계에 직면해 있는 문제에 대해 연구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최근 일선 연구현장에서 인력 충원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R&D에 투입되는 비용이 증가하며 참여 연구 과제 수는 늘고 있지만, 연구현장에서 요구하는 인력충원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매번 새 정부가 들어설 때 마다 과학기술계의 특성을 이해하지 않고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해 인력 등을 재단하려 하고 있다는 강도 높은 지적까지 내놓고 있는 상황.

28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부터 받은 ‘8개년(2016~2023) 간 인력요구 및 반영 현황’에 따르면 그동안 대다수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요구한 인력 증원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올해 기준, 출연연 총 정원은 1만 5858명으로 전년보다 11명 늘어나는 수준에 그쳤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NST와 산하 출연기관에서 349명의 인력을 요청했지만 연구회 2명, 지질자원연 4명, 항우연 5명만 확충됐을 뿐 나머지 출연연은 ‘0명’으로 조사됐다. 출연연 인력 확충은 어제오늘 문제는 아니다. 수년 째 연구현장에선 인력 증원을 요구해 왔지만, 사실상 연구원에서 요구하는 만큼 반영된 사례는 없었다. 2016년의 경우 총 1249명의 인력을 요청했지만 197명만이 반영됐고, 2017년은 1248명 증원 요구 중 약 8%인 99명만 반영됐다. 연구현장에선 인력 증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를 다양한 시각으로 내다보고 있다. 먼저 연구현장 인력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키를 움켜쥐고 기관 운영 효율화 등을 내세우고 있어 증원이 어렵게 됐다는 목소리가 있다. 지난해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기재부가 출연연의 정원 감축을 압박하고 강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출연연에 적용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과 지난해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출연연 관계자는 "매년 인력증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공운법이나 공공기관 혁신 등 이러한 규제로 인력 증원 폭을 최소화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는 곧 연구 현장의 혼란과 부담을 가중시키는 대목으로 연결되고 있다.

출연연 소속 한 연구원은 "연구비가 증가하는 속도에 비해 인력 충원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기존 인력들만 부담을 떠안게 된다"며 "실효성 있는 수급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지 않으면 국가과학기술 연구 역량에 큰 손실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자료 출처: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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