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한화 이글스는 2009~2014년 6시즌 동안 다섯 차례나 꼴찌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개막 13연패를 당했다. 그래서 팬들에게 '찌질이팀'이라는 모욕적인 말까지 들어야 했다. 당시 사령탑은 김인식·한대화·김응용…. 덕장(德將) 김인식 감독은 다른 팀에서 버린 선수를 재기시키는 능력이 탁월해 '재활공장 공장장'이라는 별칭이 따랐다. 영원한 해결사이자 프로야구 30년의 레전드인 한대화 감독은 부족한 전력에도 악착같이 야구를 한다고 해서 팬들이 '야왕(野王·야구의 왕)이라는 칭호를 붙였다. 그는 한밭중-대전고를 졸업한 오리지널 충청 토박이다.

▶김응용 감독은 해태타이거즈를 한국시리즈에서 9번씩이나 우승시켰다. 김성근 감독에게 야신(野神·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당사자이기도 하다. 60년대 국가대표 1루수시절 동료야수들이 던지는 공을 받는 모습이 '코끼리가 비스킷을 넙죽넙죽 받아먹는 것 같다'고 해서 별명이 ‘코끼리’다. 하지만 재활공장 공장장도, 야왕도, 코끼리도 결국 '야신'이 되지 못하고 '야인'이 되고 말았다. 세상의 모든 손가락질을 이겨내지 못하면 리더가 될 수 없다. 햇볕만 계속 내리쬐면 어디든 사막으로 변하는 법이니까.

▶올해 프로야구의 최대 관심사는 1~2위 팀이 아니라 한화다. 펜들은 이글스를 마리한화 또는 한화극장이라고 부른다. '마리한화'는 한화 경기에 중독돼 마약(마리화나) 같다는 뜻이고 '한화극장'은 매 경기 한국시리즈 최종전을 치르는 것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뜻에서 나왔다. 그래서인지 한화 경기 시청률은 언제나 1위를 달리고 관중도 꽉꽉 들어찬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 오고난 이후의 변화다. 한마디로 '성근'이 나타나자 거꾸로 '근성'이 살아났다. 김 감독 별명은 '잠자리 눈깔'이다. 동시에 다양한 부분을 본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이미 진 게임이니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꼭 이길 수 있다'는 자세로 경기에 임하라고 강한 명령을 내린다. 때문에 이기는 법을 까먹고 있었던 선수들의 DNA가 승리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1999년 한화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주역은 송진우 정민철 구대성 장종훈이다. 그런데 당시 이희수 감독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 감독은 한마디로 초짜감독이었다.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리더십에 정답 없고 승리의 법칙에도 정답은 없다. 김성근 감독은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버려질 선수와 버려진 선수 사이에서 리더(leader)는 펜의 마음을 읽는다(reader). 김 감독이 ‘야신’으로 남을지 ‘야인’으로 떠날지는 한참 더 두고봐야한다.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고 하니까. 그의 승리를 지켜보기 위해 오늘 한화의 텃밭 '이글스파크'에 간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