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가 27조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을 제외한 참여학생 사교육비는 55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이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서다.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약 27조1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5% 증가했다. 초·중·고 사교육비는 2021년 23조4000억원, 2022년 26조원, 지난해 27조1000억원으로 3년 연속 가파른 증가세다.
학부모들의 부담이 덜기는커녕 가중되는 양상이다. 사교육비 증가세는 고등학생이 주도했다. 고등학교 사교육비 총액은 7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8.2%나 늘었다. 전체 사교육비의 두 배 가까운 속도다. 4.3% 증가한 초등학교 사교육비(12조4000억원)나 1.0% 늘어난 중학교 사교육비(7조2000억원)와 비교된다. 고등학교 사교육비 증가는 지난해 6월 킬러문항 배제 논란 이후 수능 출제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학원 의존이 커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도 일부 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임을 시인했다.
교육부는 사교육비 증가 추세 자체는 현격히 둔화했다고 강조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2021년 21.0%, 2022년 10.8%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증가세가 지난해 4.5%로 꺾인 건 평가할 일이다. 중학생의 사교육 참여율 감소세도 눈에 뛴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1년 사이 학생 수가 528만명에서 521만명으로 7만명이나 줄었는데도 사교육비 총액은 외려 크게 늘었다. 교육부는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목표를 전년 대비 6.9% 줄인 24조2000억원으로 정했었다. 결과적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지난해 사교육비 증가율 4.5%는 물가상승률 3.6%를 뛰어넘는다. 사교육 대책이 지난해 6월 발표된 만큼 단기간에 큰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을 줄 안다. 그렇다면 올해를 정책 안착의 시기로 삼아야겠다. 사교육비 절감의 지름길은 공교육의 정상화에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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