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ETRI 홍보실 선임행정원

2017년 무렵, 필자는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다. 10박 11일이라는 휴가를 떠나기 전 미리 일을 처리하기 위해 몇 날 며칠 야근을 해야 했고, 이 때문에 이탈리아라는 나라에 대한 자세한 정보 없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행 도중,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바티칸시국을 방문하게 됐다. 평소 투어 프로그램에 대한 필요성을 반신반의했으나 이는 필자의 착각이었다. 혼자 왔으면 알지 못했을 바티칸시국의 역사,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조각상과 ‘아담의 창조’ 천장화 등 유명한 작품에 대한 해석과 야사 등을 투어 가이드가 쉽고 재밌게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정부출연연구원 홍보실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연구성과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근무를 통해 과학이나 ICT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도 쉽고 재미있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필요성에 대해 실감하게 됐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어려운 과학지식을 대중에게 쉽게 풀어 전달하는 사람이다. 과학이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며 전문적이고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은 이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과학 연구의 최첨단과 일반 국민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경우, 국민의 세금을 기반으로 우리나라에 발전에 꼭 필요한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세금으로 진행하는 연구의 필요성과 중요성, 성과를 국민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과 이를 이용한 기기·서비스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원리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특히,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ETRI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컴퓨팅, 6G 입체통신, 메타버스부터 소자·소재에 이르기까지 ICT 여러 분야의 연구를 선도해나가는 기관이다. 이 때문에 ETRI의 연구성과를 국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가공하여 전달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

최근 미디어 변화도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ETRI에서 800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결과, 가장 효과적인 홍보의 방법이 TV방송과 유튜브 등 ‘영상’ 매체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70%를 넘었다. 또한, 최근 유튜브 쇼츠와 틱톡 등 숏폼(Short-form)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한정된 시간 내 어려운 과학적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렇듯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과학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더불어 논리적이고 흡입력있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필요하다. 때문에 기관과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 전문가 양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진행되는 현재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활용하여 강연, 인터뷰 등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 많은 사람에 영향력이 큰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과 협업을 통해 국민에게 연구성과를 알리는 동시에, 자체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 교육 등을 통해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양성하는 등 다방면의 전략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유발하고 이러한 관심과 응원이 다시 실제적인 과학기술 R&D 투자와 우리나라 경제·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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