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보령 대천항 가보니
구획어업선의 낚시어선업 운영 금지돼
7년 종사해온 편 모씨 막막함에 한숨만
“생계 끊어져… 당장 먹고 살 방법 없어”
어민들 재결 청구… 3개월 뒤 결과 나와

▲ 편도남 씨(왼쪽에서 두 번째)와 그의 동료들이 충남 보령 대천항에 정박돼 있는 어선들을 보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 편도남 씨(왼쪽에서 두 번째)와 그의 동료들이 충남 보령 대천항에 정박돼 있는 어선들을 보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당장 먹고 살 방법이 없으니 죽고 싶은 심정이에요. 누군가 죽어야 해결될 문제인가 싶기도 해요."

15일 오전 10시 충남 보령 대천항에 있는 편도남(57) 씨의 낚시용품 가게는 지난해와 다르게 적막감이 맴돌았다.

이맘때 즈음이면 낚시 배 예약 전화로 정신이 없어야 하는데, 올해는 낚시 배 영업이 불분명해져 예약 전화를 돌려보내고 있다는 것이 편 씨의 설명이다.

이날 낚시 배 예약 전화를 받은 편 씨는 "추후에 다시 일정을 잡아야 할 것 같다"며 예약 문의를 돌려보냈다.

해양수산부와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7일 이후 구획어업선의 낚시어선업 운영이 전면 금지됐다. 2019년 ‘낚시 관리 및 육성법’이 개정되면서 구획어업선이 어업허가가 없는 관리선으로 분류돼서다.

편 씨는 지난 7년 동안 구획어업선으로 낚시 배를 운영해 왔는데, 한 순간에 실업자가 됐다고 호소했다.

편 씨는 "구획어선 어민들은 구획어업만으로 먹고 살 수 없어 낚시어선업으로 생계를 이어왔는데 갑자기 낚시 배 운영을 못하게 됐다고 하니 막막하다"며 "구획어업선의 낚시어선업 금지는 구획어민들에게 다 파산하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낚시어선업이 금지되자 구획어민 일부는 아르바이트 등 다른 일을 찾고 있고, 일부는 연락이 두절됐다"며 "당장 수입이 없으니 모두 사지로 내몰린 기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령 오천항에 있는 또 다른 구획어민 이종구(67) 씨도 편 씨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었다.

이 씨는 "배 안의 에어컨도 고장이 났고 손 봐야 할 게 많은데, 당장 낚시 배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됐으니 손보지 않고 있다"며 "배만 보면 우울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충남 보령에서 구획어업선으로 낚시어선업을 해왔던 배는 186척.

전국의 약 70%에 달하는 구획어업선이 충남 보령에서 낚시 배를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이들이 4인 가정이라고 가정했을 때, 약 740명의 생계가 위태로워졌다는 것이 어민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먹고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충남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재결을 청구했다.

구획어업용 어선으로 낚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심의해 달라는 것인데, 청구 결과는 약 3개월 뒤 나올 예정이다.

김희중 충남구획어업낚시어선비상대책위원장은 "구획어업선의 낚시어선업 금지는 구획어민들 보고 죽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당장의 어민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도와 해양수산부에서 대안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