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기자
김지현 기자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배에 불을 질러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어요."

충남 보령 대천항에서 만난 한 어민이 하소연한 말이다.

2019년 ‘낚시 관리 및 육성법(이하 낚시관리법)’이 개정되면서 구획어업선이 어업허가가 없는 관리선으로 분류됐다.

낚시 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법이 개정된 것인데, 이 개정법에 따라 구획어민들은 지난 8일 낚시어업선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됐다.

전국 약 70%에 달하는 구획어업선이 충남 보령에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구획어업만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려워 낚시 배 운영을 통해 생계를 꾸려왔다.

하지만 어민들은 낚시관리법이 개정되면서 한순간에 실업자가 됐다.

어민들은 구획어업선이 구획어업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낚시어선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일반 낚시어선 등 어업허가를 받은 배는 번호판이 초록색인데, 구획어업선도 구획어업 허가를 받아 초록색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에서는 "구획어업선의 어업허가는 어구(그물)에 있기 때문에 낚시어선의 어업허가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생업을 잃은 한 어민은 자신의 전 재산이라는 배에 불이라도 질러 낚시어선업 영업을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일부 어민들 사이에선 특정 어민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소문도 흉흉하게 돌고 있었다.

이처럼 어민들에게 낚시 배 영업은 생사가 달린 문제다.

벼랑 끝으로 몰렸던 어민들이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지난 19일 충남도행정심판위원회가 도내 구획어선 102명이 제출한 낚시어선업 임시처분을 인용을 결정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이 어민들의 입장이다.

해양수산부에서 구획어업선의 낚시어선업 영업을 인정해 줘야 어민들이 마음 놓고 일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충남도행정심판위원회의 임시처분 인용은 충남도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 전까지만 유효하다.

한 어민이 기자를 붙잡고 말했다.

"어민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 한 가정의 문제고, 한 사회의 문제다"

안전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또 다른 이들의 생존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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