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무원 육체·정신적 피해 극심
충남도, 신분증형 녹음기 보급 계획
녹음 사실 고지 후 증거로 사용 가능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1. 충남 천안의 공무원 A 씨는 60대 남성 B 씨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민원인용 컴퓨터를 독점해 사용하는 일이 반복되자 다수의 민원인이 사용해야 하는 공용 컴퓨터는 장시간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B 씨는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고함을 지르고, 오히려 A 씨를 협박하면서 경찰까지 출동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에도 B 씨는 A 씨가 근무하고 있는 민원실에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 일이 계속되면서 극도의 불안증세를 보인 A 씨는 신경외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2. 충남의 한 시·군에서 민원업무를 담당하는 C 씨는 가족관계서류를 발급하러 온 D 씨의 신청자격이 안돼 발급 불가를 안내했다. 하지만 D 씨는 함께 온 자녀와 함께 C 씨에게 욕설 등 폭언을 행사했다. 심지어 주위에 있던 민원인이 조용히 해 줄 것을 요구하자 민원인과도 시비가 붙어 비상벨 호출 후 경찰이 출동한 후에야 상황이 종료됐다.
충남도가 신분증형 녹음기 보급을 통해 민원 환경 개선에 나선다.
폭언, 폭행 등 악성 민원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행위에 대한 보호 필요성과 악성 민원인의 경각심 고취, 민형사상 사건 발생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실제 악성민원은 2019년 3만 8054건, 2020년 4만 6079건, 2021년 5만 1883건, 2022년 4만 1559건 등 매년 수 만건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민원 담당 공무원들은 근무 의욕 저하, 병원 입원·치료 등에 시달리며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도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4조 민원처리 담당자의 의무와 보호에 근거, 도와 의회 등 민원 담당 공무원들의 수요조차를 거쳐 오는 3월까지 신분증형 녹음기를 보급할 계획이다.
악성민원 발생시 해당 공무원은 민원인에게 녹음하겠다는 사실을 고지한 후 녹음된 자료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민·형사상 사건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도는 이번 녹음기 보급뿐 아니라 안전한 민원환경 조성을 위해 청원 경찰, 주민 감시 제도 등도 시범 운영할 방침이다.
신동헌 도 자치안전실장은 "민원인의 권리 보호와 공무원의 적법한 직무행위를 동시에 보호하고자 신분증형 녹음기를 보급하는 것" 이라며 "악성민원 상습 발생 기관에는 중재기능을 할 수 있게 주민을 이용하거나, 청원경찰 도입 등도 고려해 악성민원 근절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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