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신 대전 중구청장

국내·외 유일하게 ‘효’와 ‘뿌리’를 주제로 한 대전효문화뿌리축제가 성황리에 마무리가 됐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손을 잡고 축제장을 찾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문득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부터 선조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 서로에 대한 배려와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나와 내 가족만의 입장만 생각하는 사상이 팽배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최근 논란이 된 일부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갑질 또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그 교사 또한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임을 생각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공직도 악성민원으로 인해 진통을 앓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재직기간 5년 미만의 공무원 퇴사자는 2만 8934명으로 지난해에만 무려 1만 3032명이 퇴사해 2019년 대비 72.6%가 증가했다. 공무원 퇴사율이 급격히 증가한 사유 중 하나는 악성 민원에 따른 업무 스트레스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중구는 악성민원으로 고통받는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강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악성 민원으로 피해를 입은 공무원이 고소·고발을 하는 경우 변호사 선임 및 소송비용 등의 법률지원을 제도화했다. 올해 8월에는 민원담당 공무원 등의 보호 및 지원계획을 수립해 기관 차원의 강력한 법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전담부서를 지정, 민원응대 상황에서 발생하는 폭언, 폭행 등 불법행위에 대하여 고소·고발, 손해배상청구 등 행정기관 차원의 법적조치를 통해 엄정 대처하고 있다. 또 사고 발생 시 공무원을 보호할 수 있는 한국지방재정공제회 공제사업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종합민원실에서 민원인의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 발생에 대비해 비상대응반을 편성하고 경찰과 합동 모의훈련도 실시했다.

최근엔 긴급한 상황에서 민원담당 공무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제정해 휴대용영상촬영기기를 구입해 구청 및 17개 동행정복지센터에 배포, 구청 종합민원실에는 안전유리막을 설치하는 등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악성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함으로써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이 또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할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배려하는 마음과 상대방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임을 한 번씩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공무원들도 민원인에 대한 잘못된 응대와 부적절한 처사로 인해 악성민원이 되진 않았는지 깊은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앞에 있는 민원인 또한 내 가족일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친절하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민원인들도 더 마음을 열어줄 것이라 믿는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 사회속에는 나와 생각하는 바가 비슷한 사람도 있지만 다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생각이 다를수록 그리고 입장이 다를수록 상대방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자리잡아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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