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초·중·고생 비율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교육당국이 학교폭력 예방대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음에도 학교폭력은 외려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의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 피해 응답률이 1.9%(5만9000명)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1차 조사 때 2.2%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무려 6만명 가까운 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니 보통일이 아니다.
학교급별 피해 응답률은 초등학교 3.9%, 중학교 1.3%, 고등학교 0.4%로 모든 학교급에서 지난해 1차 조사 때보다 각각 0.1%p, 0.4%p, 0.1%p 증가했다. 다만 학교폭력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건 다행이다. 학교폭력의 저연령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초등학교 학교폭력이 중?고등학교에 비해 유독 많은 까닭이다. 초등학교 4~6학년이면 11살~13살 정도다.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 때다. 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학교폭력 가해이유로는 지난번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34.8%)’가 가장 많았다. 가해자는 장난일지 몰라도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을 수 있다는 격언을 상기하기 바란다.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안고 지내는 피해자가 부지기수다. ‘피해 학생이 먼저 괴롭혀서(25.6%)’라는 응답은 복수차원의 학교폭력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응징은 또 다른 복수를 유발하기 일쑤다. 스스로 해결하기에 앞서 가족이나 선생님에게 알려 대처토록 해야 한다.
교육당국은 학교폭력 실태조사 기간에 학교폭력 사안 연속보도, 드라마 등으로 사회적 이슈가 부상한 걸 피해응답률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요즘 일부드라마에서 폭력성이 지나치게 드러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들이 모방범죄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내년 새 학기부터 학교폭력 조사 업무가 교사에서 전담 조사관으로 바뀐다. 학교전담경찰관(SPO)도 10%가량 늘어난다. 10년만의 최고치 학교폭력을 줄여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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