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년 연말이면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여야의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각 항목별 예산 자체에 이견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여야의 쟁점 사안과 정치적 수 싸움이 예산안 대립으로 이어진다. 그러다보니 이제 국민 대부분은 여야의 예산안 관련 대립 자체를 정쟁으로 여기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등조정소위원가 14부터 가동되지만 벌써부터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지키지 못할 것이란 우려 섞인 추측이 나오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겠다.
국회 등에 따르면 헌법 제54조는 정부가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해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은 오는 12월 2일이 된다. 하지만 예산안이 법정 시한에 맞춰 통과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는 단 한 번도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여야가 2014년 국회선진화법을 만들면서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를 도입했지만 2014년과 2021년 딱 두 차례만 법정 시한을 지켰다.
올해도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여야의 충돌이 예상되는 ‘암초’가 산적해 극한 갈등이 우려된다. 대통령실과 법무부 등의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 감액과 R&D 예산 증액 문제 뿐만 아니라 야당의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재추진과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우려 등으로 갑자기 추워진 날씨보다 정국이 더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여기에 해병대원 순직 관련 국정조사와 대장동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쌍특검’ 등도 뇌관으로 거론된다. 그야말로 ‘지뢰밭’이다.
올해도 정부는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가계부채 문제와 물가 상승 등 민생경제가 매우 어려워진 상황에서 적재적소에 예산을 투입하고 서민경제를 안정시키려면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꼼꼼한 심사가 필요하다. 꼼꼼한 심사를 통해 줄일 것은 줄이고 부족한 것은 정부 동의를 얻어 늘리는 것이 국회의 책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예산안을 볼모로 기싸움을 벌이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다. 올해도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넘기는지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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