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대전엑스포 개최기념전 진행
‘과학도시’의 정체성이자 국제성의 시작
대전시립미술관, 30년 전 전시 복원키로
‘왜’가 아닌 ‘수치’로 평가되는 체계 비판
협력특별전 ‘클라우드 메신저’도 주목
전시 자체가 의제의 발화… ‘내일’ 고찰
‘여기저기 축소된 하늘’·‘…의 그림자’ 복원
총 111일간 개최… 세계적 작품 엿볼 기회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3년, 동양의 작은 나라, 그 속의 지방도시 대전에서 세계박람회가 개최, ‘새로운 도약에의 길’이라는 주제 아래 ‘전통기술과 현대과학의 조화’를 부제로 삼은 대전엑스포 개최기념전 ‘미래저편에’가 진행됐다.

오늘날 ‘과학’으로 집약되는 도시 대전의 정체성이자 국제성을 발신하는 첫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국제적 명성의 예술감독이 기획한 전시였다는 역사성에도 불구, 미술사적 기록과 연구가 거의 남아있지 않고, 기획이 전시로 이어질 적절한 기회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30년이 흐른 지금, 대전엑스포 30주년과 대덕연구개발특구 50주년을 맞아 대전시립미술관은 ‘미래저편에: 1993 /2023’ 전시로 1993년 당시 ‘미래저편에’의 복원전시를 준비해 진행 중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의 특별전 프로젝트는 급변하는 미술지형에서 새로움을 찾는 대신 30년 전의 전시를 복원하는데, 이는 역사적 발견과 성취를 지향하기 위함은 아니다.

이번 전시는 예술의 근간과 기능보다 여론과 지침을 우선하고 자본을 대신해 착취되는 노동과 ‘왜’가 아닌 ‘수치’로 평가되는 체계를 비판적 태도로 성찰하고 있다.

동시에 ‘전시’라는 매체를 둘러싼 시대적 상황과 변화와 이를 중심으로 발생 가능한 문제들을 짚어보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정갈한 텍스트와 친절한 설명 대신 최소한의 가이드와 전시과정 카오스를 그대로 내보이는 이유다.

대전시립미술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함께한 협력특별전 ‘미래저편에: 클라우드 메신저’에도 집중해볼만 하다.

‘미래저편에: 클라우드 메신저’는 세계유명미술특별전인 ‘미래저편에: 대전 1993/ 2023’과 연계, 과학과 예술의 통섭가치 실현과 지속 가능한 미래의 예술상을 제시하고 있다.

‘미래저편에: 대전 1993/ 2023’이 전시라는 매체를 중심으로 인류와 시대의 문제를 짚는다면 ‘미래저편에: 클라우드 메신저’는 전시 자체가 의제의 발화이자 예술적 실천이 돼 인류가 마주할 ‘내일’을 고찰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 의제들과 기술매체 연구를 기반하는 작업을 통해 사회전환기의 예술 환경 변화를 아우르고 예술적 실행이 유추하는 미래 삶의 가능성을 살핀다.

1993년 당시의 작품을 그대로 재연, 복원한 작품들과 트레이스로 대신 한 작품들이 전시실 외 야외무대에도 전시됐다.

우리의 시선을 하늘로 향하게 만들어 일반적 인식체계를 흩트리는 조반니 안셀모의 ‘여기저기 축소된 하늘’은 93년도 당시의 모습이 완벽히 보존된 작품 중 하나다.

셀림 비르셀의 ‘…의 그림자’는 일상에서 발견된 비습관적 재료에 시적 방식을 접목해 가시화되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의 작품은 엑스포 폐막 후 공원 내에 훼손된 채 방치돼있었으나 2012년 대전시립미술관에 이전 설치 후 복원작업을 거쳐 원형을 되찾았다.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작품도 전시 중이다.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예술의 정의와 범주를 확장시킨 그의 작품 ‘대전의 추억… 밥 브리어 부친께 바침’은 산업사회를 대표하는 미국 자동차 8대로 구성됐다.

한국전쟁 당시 백남준과 그의 가족이 피난길에 오르고 대전에서 멈춘 차를 버리고 부산으로 갔는데, 이 부분이 도시 대전에 대한 추억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93 엑스포 폐막 후 국내 갤러리에 매각됐으며 이후 뮤지엄 산이 소장해 계약에 따라 작품은 뮤지엄 산을 벗어날 수 없었다.

끝내 대여는 불가했지만 뉴미디어의 위력과 활용, 전자초고속도로 시대를 예견한 그의 선구적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대전시립미술관 소장품 ‘부다킹’으로 대체돼 전시되고 있다.

이번 대전시립미술관의 특별전은 총 111일간 진행되며, 이 긴 여정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프랑스, 스위스, 독일, 한국 등 세계적으로 뻗어있는 작가들의 조각, 회화, 설치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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