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울렛 측, 소방설비 미작동 직접 원인 주장하며 책임 하청업체에 넘겨
하청업체 측 "소방설비 수동작동해 이득볼 것 없어… 독단적 결정 못해" 반박
노동단체, 최고경영자의 원·하청 근로자 안전 의무조치 이행 여부 파악 강조

대전 현대아울렛. 사진=한유영 기자
대전 현대아울렛. 사진=한유영 기자
대전현대아울렛 지하 하역장에 안전관리인이 상주해 있다. 사진=한유영 기자
대전현대아울렛 지하 하역장에 안전관리인이 상주해 있다. 사진=한유영 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사고 책임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는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근 대전지법 형사4단독(황재호 재판장)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현대아울렛 측은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 미작동이 화재 확산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사고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겼다. 또 의류상자를 적치해 화재를 키운 혐의에 대해서는 적치된 상자와 발화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26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아울렛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당시 배송업체 직원이 운행하던 냉동탑차에서 배출된 고온의 배기가스가 하역장 바닥에 쌓인 폐지에 옮겨 붙으면서 순식간에 화재가 확산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지검은 이와 관련해 점장 A씨와 소방·시설관리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소장 B씨 등 관계자 7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주차장법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원청과 하청업체 모두에게 스프링클러 등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하역장 바닥에 폐지를 방치하고 의류상자를 쌓아둔 과실 등이 있다고 봤다. 또 하청업체가 고의로 소방수신기를 상시 정지시켜둬 피해를 키웠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하청업체 측은 "하청업체가 화재 수신기 연동을 정지시키고 소방시설을 수동으로 작동해 이익을 볼 것이 없고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지하주차장 천장의 우레탄 폼으로 불이 옮겨 붙으면서 화재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노동단체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최고경영자가 원·하청 근로자 안전을 위한 의무 조치를 충분히 이행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임술 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은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실질적인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의 실형을 받도록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야 하지만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닌 업무상과실치사상 위반 혐의 등으로만 기소했다"며 "이에 따라 현대아울렛 측은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려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무력화하려는 각계 시도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내년부터 적용키로 했던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시기를 2년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오임술 국장은 "이번 정권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킬러 규제 조항이라고 지적하며 법을 무력화하기 위한 일련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현대아울렛뿐만 아니라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를 처벌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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