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한복판 2만7000여평 땅
박상돈 시장 둘레길 제안했지만
교육청 난색… 사업 진행 안돼
교육부 공모로 추진되며 탄력

천안제일고등학교 부지를 활용한 학교복합시설 건립 사업에 교육부의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천안제일고에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체육관, 공원, 둘레길 등이 들어서게 된다. 사진은 천안타운홀 전망대에서 촬영한 천안제일고 모습. 사진=이재범 기자.
천안제일고등학교 부지를 활용한 학교복합시설 건립 사업에 교육부의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천안제일고에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체육관, 공원, 둘레길 등이 들어서게 된다. 사진은 천안타운홀 전망대에서 촬영한 천안제일고 모습. 사진=이재범 기자.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원도심 한복판에 약 2만 7000여 평의 땅을 차지하고도 교육 시설이라는 이유로 주민들에게 개방되지 않았던 천안제일고등학교(옛 천안농고) 활용 방안이 탄력을 받게 됐다. 학교 내에 체육관과 공원, 둘레길을 조성하기 위한 대규모 사업이 교육부의 심사를 통과했다.

13일 천안시와 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천안제일고 부지를 활용한 학교복합시설 건립 사업이 교육부가 시행한 ‘2023년 학교복합시설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공모 선정으로 교육부 127억, 충남교육청 137억, 천안시 100억 원 등 총사업비 364억 원을 들여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천안제일고에는 1500명 관람석 규모의 체육관을 포함한 다양한 복합문화시설을 갖춘 (가칭)충남체육문화복합센터가 들어선다. 주민들이 산책할 수 있는 둘레길과 공원도 조성된다.

복합센터는 지하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지며 지상 1층은 주민 문화센터 개념의 공간과 학생들이 방과 후 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채워지게 된다. 지하층은 주차장, 지상 2~3층은 체육관으로 활용된다.

사실 이 사업은 박상돈 시장이 “학교에 둘레길을 조성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면서 출발했다. 천안제일고는 면적만 9만 931㎡에 달할 정도의 규모를 자랑했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면적인 1만 5000㎡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6배 규모다. 학교 건물 외에도 농업 관련 교육을 위한 농업기계실, 온실, 실험실습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어서다.

하지만 인근에 공동주택들이 대거 들어서는 등 지역 개발이 이뤄지고 특히 2021년 47층에 위치한 천안타운홀 전망대가 생겨나면서 도심 한복판에 마치 텅 빈 것처럼 보이는 학교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학교 부지 활용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한 시점도 전망대 개방이 이뤄진 이후다.

그러나 박 시장의 제안에 교육청이 난색을 표하면서 좀처럼 사업의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학교 개방에 대한 안전 문제 등 여러 고려할 사항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때는 시와 교육청 간의 갈등이 커지면서 교육환경개선사업 등 기존의 협력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그러다 올해 초 교육청이 ‘교육부 공모사업을 통한 사업추진’이라는 방안을 찾으면서 사업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 과정에는 박종덕 천안교육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후 시와 교육지원청, 학교 측은 지난 7월 사업을 위한 협약을 맺고 주민설명회 및 교육행정협의회 등을 통해 상호 협력 방안을 찾아나갔다. 교육부의 공모 신청 이후 심사과정까지 착착 진행되더니 결국 전국 40개 공모 대상에 포함되는 쾌거를 달성한 것이다.

이 사업과 관련해 박 교육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건물 리모델링과 시설 현대화, 학과 개편 등이 향후에 계속 추진되면 천안제일고가 구도심을 대표하는 명문학교 모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도 “제일고 부지가 마침 구도심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도시 발전에 순기능보다 역기능으로 작용한다는 불만이 팽배했었다. 이를 시와 교육청이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주 잘된 일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모 선정에는 김태흠 도지사도 많은 역할을 해주셨다”면서 “시민들도 그동안의 아쉬움을 많이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