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비용 들이고도 흉물 전락한 사례 많아
혈세 낭비 논란 생길 우려…“신중 접근 필요”

천안시청. 천안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천안시청. 천안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천안시가 성성호수공원에 15억 원을 들여 시그니처 조형물 설치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대표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며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천안시 등에 따르면 시는 내년 연말까지 성성호수공원 인근에 15억 원을 투입해 높이 8미터 이상의 시그니처 조형물을 설치할 계획이다. 공원 방문객들이 오랜 시간 즐길 수 있고 지속해서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또 천안8경 중 6경인 성성호수공원을 천안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도 담겼다.

시는 △주간에 그늘을 형성해야 하며, 사람들의 쉼터가 될 것 △야간에는 프로젝션맵핑, 경관조명 등을 통해 야간 경관에 기여할 것 △호수공원과 어울리는 조형물을 독창적으로 구상할 것 등의 추진 목표까지 세웠다.

공원을 찾는 방문객들이 주로 제기하는 민원을 통합, 해결하기 위함이라는 설명까지 붙었다. 그러면서 용인 에버랜드 내에 있는 13미터 규모의 나무 조형물을 예시로 들었다.

일단 시는 내년 본예산에 사업비를 포함시킨 뒤 확정되면 공공조형물 심의, 제안서 공고 및 평가 등을 거쳐 업체를 선정해 조형물을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시의 구상과 달리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온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하고도 흉물로 전락하거나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평가를 받는 조형물 사례가 이미 전국적으로 수도 없이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 낭비의 전형’이라는 비판 속에 철거되거나 건립 계획이 취소된 경우도 있다. 전남 함평군이 2008년 순금 162㎏, 27억 원을 들여 설치한 ‘황금박쥐상’도 초창기 전형적인 예산낭비의 사례로 꼽혔다. 그러나 현재는 금값 상승으로 제작비의 5배에 달하는 가치를 지니며 ‘금테크’에 성공했다는 점이 위안을 삼을 정도다.

조형물은 아니지만 천안시는 이미 ‘삼거리공원 명품화사업’에 전망대가 포함된 100억 원 규모의 타워 설치를 고려했다가 ‘혈세 낭비’라는 반발 여론에 부딪혀 계획이 무산된 전례도 있다.

지역 내 문화 예술 활성화로 조형물에 대한 시민 눈높이가 한층 올라간 상황에서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성성호수공원 관련한 대표적인 민원이 그늘과 나무, 포토존이 없다는 것이었다”면서 “조형물을 통해 이러한 부분을 해소하려 계획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업계에 알아보니 조형물에 미디어 아트나 간접 조명이라든지 이런 콘텐츠까지 포함하면 15억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 것 같았다”며 “아직은 조형물 설치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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