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 속 매일 출근 도장
코로나 확산속 염려스럽지만
전기료 걱정에 더운 집 나서
"진단키트 비치되면 좋을 듯"

▲ 16일 더위를 피해 경로당을 방문한 노인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있다. 사진= 장예린 기자

[충청투데이 장예린 기자] "찜통 같은 더위를 피해서 시원한 경로당으로 피서 가는 겨."

절기상 입추가 지났지만 16일 청주의 한낮 체감온도는 33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이어졌다.

찜통더위가 지속되면서 변변한 냉방시설을 갖추지 못한 어르신 등 에너지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집 인근 경로당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피서지라고 입을 모은다.

기자는 16일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인근 경로당으로 피서를 간다는 한 할머니를 만나 경로당까지 동행했다.

청주 흥덕구 운천동에 거주 중인 A 할머니(89)는 집에서 500m 남짓 떨어진 경로당으로 매일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고 한다.

이날 A 할머니가 집을 나선 것은 오전 11시경이었다. 아침밥을 드시고 집안 정리를 마친 뒤였다. 아직 오전이었지만 연일 뜨겁게 달궈진 도심은 마치 찜질방 같았다.집은 나선 할머니는 양산으로 내리쬐는 햇볕을 막아보고 연신 부채질을 했다. 하지만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에 얼마가지 못하고 걸음을 멈췄다.

행여나 몸이 불편하신 건 아닌지 내심 걱정했으나 괜한 걱정이었다.

할머니는 아무렇지 않은 듯 "날이 너무 덥고 힘들어 잠시 쉬는 중"이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이후에도 몇 번을 쉬었다 가기를 반복했다.

A 할머니는 10여분 걸어서 힘겹게 경로당에 도착했다.

경로당 오는 게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A 할머니는 거친 숨을 고른 뒤 "집에 가만히 있으면 편하고 좋긴 한데 집은 너무 덥다"면서 "오는 길이 힘들긴 하지만 여기 경로당은 에어컨이 있어 시원해서 좋다"고 했다.

A 할머니는 이어 "코로나가 심해져 부담스럽긴 하다"면서도 "더위를 피하기 위해선 경로당에 오는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할머니들은 코로나19가 걱정스럽지만 더위를 피하기 위해 경로당을 찾을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 경로당을 이용하는 또 다른 할머니는 "코로나 때문에 걱정은 되지만 본인들이 아프면 알아서 안 오신다"며 "집에서는 전기세 때문에 에어컨을 잘 안 틀지만 경로당은 전기세 걱정 없어서 자주 찾아온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 할머니는 이어 "나는 아침 8시부터 경로당에 온다"고 말했다.

운천동의 또 다른 경로당에서 만난 B 할머니는 "경로당에 방문하는 노인들 중 연약한 사람들도 많다"며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이 심해서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B 할머니는 이어 "경로당에 코로나19 진단 키트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그러면 노인들이 안심하고 경로당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은숙 청주시 노인정책팀장은 "확보해 둔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가 없어 당장 지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보건소와 협의를 거친 후 지가진단 키트 구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장예린 기자 yerinis683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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