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일주일에 세 번은 ‘도시락 데이’를 가진다. 고마운 ‘법카’가 있긴 하지만 맨날 사 먹을 순 없다. 용돈을 털어 후배들을 사주기도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다. 평소 점심을 함께하는 부서원은 나 포함 4명이다. 그렇게 밥을 먹으면 기본 5만 원이 깨진다. 고급스럽지 않은 ‘보통의 점심’인데도 말이다. 물가가 참 많이 올랐다. 기본 백반도 인당 만 원은 한다. 거기에 커피라도 마시는 날엔 하루 8만원이 훅훅 나간다. 그러다 보니 ‘사는’ 대신 ‘싸는’ 인생이 됐다.

☞‘도시락 데이’ 운명이 걱정됐다. 밥 멤버 모두가 MZ기 때문이다. 1989년생부터 2000년생까지 있다. 나름 ‘청년 그룹’이다. 아직 ‘엄마 요리’가 더 익숙한 나이다. 그런 ‘어린 어른’들이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 요리를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도시락통이 구석에 박힐까 우려됐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2000년생 명수의 도시락을 보고 놀랐다. 김치볶음밥에 계란말이까지 야무지게 누워있었다. 고물가는 귀차니스트 명수까지 요리를 하게 만들었다. 지수를 밀키트 천국으로 안내했다. 또 민혜가 냉장고를 털게 만들었다. 돈이 사람을 부지런하게 만든다.

☞오른 건 식비뿐만이 아니다. 교통비도 올랐다. 택시를 타면 만 원은 기본이다. 어쩔 땐 기차비보다 비싸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근면해진다. 아침에 지각해 택시를 타는 일이 없도록 벌떡 일어난다. 밤에는 ‘신데렐라’가 된다. 술을 먹다가도 버스 막차 시간 전엔 귀가한다. 몸뚱어리의 편함을 포기하면 지갑을 지킬 수 있다. 돈이 나가느니 몸이 고생하는 게 낫다. 몸이 편하면 돈이 샌다.

☞아끼는 것뿐만이 아니다. 벌기까지 한다. 걸어서 돈을 번다. 일명 ‘앱테크’다. 원래도 관련 앱은 있었지만 최근 더 늘었다. 특히 금융권에서 ‘걷기 바람’이다. 토스는 걸으면 하루 최대 140원을 준다. 특정 장소를 가서 인증해야 하는 미션도 있다. KB스타뱅킹 앱은 하루 1만 보를 걸으면 500포인트를 준다. 걸을수록 우대 금리를 주는 곳도 많다. 우리은행의 한 적금은 걸을수록 금리가 추가된다. 덕분에 산책길 남편은 걸으랴 미션 하랴 바쁘다. 고금리 사회가 잠만보 남편을 운동하게 만들었다.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김윤주 뉴스플랫폼 부장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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