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동서양을 통하여 문인(文人) 이름이 음식에 붙는 경우는 드물다. 굳이 찾아 본다면 프랑스 소설가이자 정치가인 르네 샤토브리앙이 좋아했던 샤토브리앙 스테이크를 꼽을 수 있다. 소 한 마리에서 약 400g정도 나온다는 안심 부위를 구운 이 음식은 샤토브리앙이 즐겼다 해서 이름 붙여진 사례이므로 사실 직접적인 연관성이나 스토리텔링의 강도는 다소 약해 보인다. 동양에서는 단연 중국 송나라 시인 소동파에서 연유한 동파육(東坡肉)이 그 자리를 자치한다. 아버지 소순, 동생 소철 모두 뛰어난 문장가여서 부자 세 명이 함께 당송8대가에 속하...
[충청투데이] 인구 3만3000명 작은 섬 대마도를 찾는 우리나라 관광객이 올해 80만 명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해외여행 특히 일본 관광 열기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지만 대마도 관광 붐은 예외적이라 할 만큼 특수하다. 부산에서 배로 한 시간 20~30분이면 도착하는 지리적인 잇점 때문인지 하루 2000~3000명이라는 관광객 숫자는 얼핏 그리 많아 보이지 않지만 대마도 인구에 대비하면 엄청난 기록이다. 이 수치를 우리나라에 대입한다면 매일 일본인 300만 명이 찾아오는 것과 같은 비율이다. 대부분 1박2일 또는 2박3일...
[충청투데이] 김부식 선생의 '삼국사기'보다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가 문화적, 사회적 가치 면에서 높게 평가되는 것은 삼국사기가 합리적이고 공식적인 입장을 취한 정사체임에 반하여 삼국유사는 스토리텔링이 담긴 야사체 성격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삼국사기'가 1965년 보물 419호로 지정되었다가 2003년 국보 306호로 변경된 것을 보면 지금처럼 스토리텔링 개념이 확립되기 전에도 이야기의 중요성은 이미 인식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신화, 전설, 설화 등이 풍부한 '삼국유사'는 일견 건조하고 밋밋해 보이는 기전체의 '삼국사기'에 비해...
[충청투데이] 우리나라보다 사회 변화 양상에서 조금씩 앞서가는 일본의 추세를 보면 우리가 대비해야 될 현안이 읽힌다. 고령사회에 관련된 문제에 있어 특히 그렇다. '폭주노인'(후지와라 토모미 지음)과 '과로노인'(후지타 다카노리 지음)이라는 책이 노인문제에 관한 현상 진단과 나름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흥미로운데 대처방안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두 책이 보여주는 고령사회의 전망은 대체로 어둡고 무겁다. 핵심은 노령층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라는 것인데 노인들에게는 단순직이나 청장년 시절에 하던 일을 그대로 지속하는 두 경우 외에 선택의 폭이 그...
[충청투데이] 1980년대에는 시집이 백만 권이나 팔린 때도 있었다. 신군부통치 시절, 검열을 피하기 위한 각고의 조탁으로 오히려 우리 시의 발전을 이룩했다는 역설도 있지만 컴퓨터가 본격화되기 이전, 책은 여전히 비중 있는 문화미디어인 동시에 지식과 정보가 수용, 유통되는 핵심적인 통로였다. 끝없는 빙하기가 이어지는 이즈음 출판계에서는 일만 부만 나가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다고 한다. 독서 기피, 저조한 도서구입 그리고 일상 곳곳에 스며든 책의 비중 약화는 이제 너무 광범위한 문화현상으로 굳어졌다. 그 이유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스마트...
우리 현대시 태동기인 1920~30년대에는 손으로 꼽을 수 있었던 시인의 숫자가 이제는 몇 만 명으로 늘었고 시 전문 월간, 계간잡지만도 수 백 종을 헤아리게 되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신춘문예 제도가 존속하고 있어 해마다 이맘 때면 시인, 작가 지망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시낭송 열기 또한 뜨거워서 크고 작은 낭송대회로 수많은 시낭송가들이 배출되어 시를 전파하기에 애쓰고 있다. 각 신문에서는 거의 한결같이 시 한편과 간략한 해설을 곁들인 박스기사를 연재하고 전철역 승강장 스크린 도어에는 숱한 유·무명 시인들과 시민 응모작... [충청투데이]
이즈음 우리 사회는 점점 '조급모드'로 나아가고 있는 듯 하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의 경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더러는 온 생애를 투여하여 숙성시키며 나름대로 농익은 수준의 기량을 보여주면 좋으련만 시간의 압박과 위력에 쫓기는지 모두들 성급하게 결과물을 보여주기에 바쁘다. 숙려의 과정이 단축된 채 나의 존재와 작품을 한시 바삐 알리고 싶은 조바심인지 풍요속의 빈곤은 가중된다. 이런 분위기가 깊어질수록 한 길에 자신의 온 생애를 건 장인(匠人), 외곬 집념으로 일가견을 이뤘으나 명성과 보답에 초연한 분들이 존경스럽다. 한유성(1... [충청투데이]
1960~70년대, 팝송을 공부하기 위해 독학으로 영어공부에 몰두했던 세대들은 기억할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고루한 문법과 실생활에 거의 통용되지 않는 교과서 내용에 만족하지 못해 어려운 단어와 실용표현을 스스로 공부하며 팝송으로 익히던 그 고단하고도 즐거웠던 보람을.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이 쓰는 표현과 자연스러운 생활감정이 팝송에 들어있었고 그 과정을 통하여 AFKN방송 같은 얼마 안되는 매체를 찾아 거듭 반복하며 외우던 험난한 과정이었지만 자발적인 동기부여였으므로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부실했던 사전 이외... [충청투데이]
세월은 흘러서 사라짐에 소리 없고/ 나무닢 때마다 떨어짐에 소리 없고/ 생각은 사람의 깊은 흔적 소리 없고/ 인간사 바뀌며 사라짐에 소리 없다/ 아, 이 세상 사는 자, 죽는 자, 그 풀밭/ 사람가고 잎지고 갈림에 소리 없다. - 조병화, '낙엽의 뜻' 서울 망우동 공원묘지 가수 차중락의 묘비에 새겨진 내용이다. 1968년 11월 10일 세상을 떠났으니 내일이면 꼭 50주기가 된다.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해 왔다가 체포되었고 10월에는 '국민교육헌장'을 공표하는 등 유신선포를 몇 년 앞둔 군... [충청투데이]
의사나 교수, 법관, 시인, 화가 같은 직종은 일정한 자격 요건이나 경력을 갖추어야 붙이는 칭호이고 사회가 분화될수록 직능직종은 세분되어 저마다의 기량이 어우려져 사회가 유지, 발전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런 추세와는 어울리지 않게 다른 직함없이 이른바 '전문가'라는 이름을 앞세운 인사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경우 구체적인 경륜이나 능력, 업적 검증이 이루어지 않고 주로 매스컴이나 SNS에서 '전문가'라는 호칭을 부여함으로써 그냥 그렇게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 가령 TV토론 프로그램이나 신문 컬럼에서 '전문가'라고 밝혔다면... [충청투데이]
종이신문 지면에서 연재소설과 만화가 대부분 사라졌다. 아직 만화를 게재하는 일간신문이 있지만 전반적인 영향력이나 파급효과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듯 하다. 인터넷으로 옮겨간 대중의 관심이 크게 작용하겠으나 신문 연재만화, 연재소설이 달라진 대중의 정서와 의식을 반영하고 움직이는 영향력이 변모한 까닭이 아닐까. 고바우 영감, 두꺼비, 왈순아지매, 나대로 선생 등 숱한 만화의 주인공은 이제 추억속의 캐릭터가 되었다. 장도리라는 주인공이 지금도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비쳐주는 신문만화의 전통을 잇고 있지만 초기 신문만화에서 독자들의 뇌... [충청투데이]
해외수지 적자의 중요 요인으로 관광 외화 지출이 꼽힌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여전히 출국자 수는 나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더많이 지출한다면 다행일텐데 그들은 대단히 알뜰 근검해서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 근래 중국인들의 쇼핑관광이 늘고 있다지만 대체로 화장품이나 한류에 영향을 받은 품목이 주류를 이루어 수지 개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입국시 비과세 반입이 가능한 액수가 600달러인데 이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라는 여론이 높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여전히 이 상한선이... [충청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