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서점의 몰락… 로컬서점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세계 명문서점 ‘트론스모’

▲ 노르웨이 오슬로의 지역서점인 트론스모. wikidata 제공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그 지역의 서점 주식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시민으로서의 명예와 긍지를 느끼는 도시가 있다면 믿겠는가.

숲과 책의 나라 노르웨이의 오슬로가 바로 그렇다. 노르웨이는 국민 1인당 연 17권의 책을 읽고, 전체 인구 73%가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입, 총 1000곳의 공공도서관이 운영되고 잇다.

인구 547만명,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오슬로는 올해로 반백살을 갓 넘긴 지역 명문 서점 트론스모가 있다. 트론스모의 입구에는 흰 종이가 붙어있다.

"우리 서점에 이런 것은 없습니다."

이곳엔 우표, 자물쇠, 풀, 장식용 안경, 올림픽 포스터 등 56가지가 없다.

잡화점이 돼 가는 서점 트렌드를 거부하는 일종의 자기천명인 셈.

그도 그럴 것이 트론스모 역시 51년의 역사 중 총 두 차례 경영 위기를 겪었다. 1999년 부도 위기를 간신히 넘겼으나 2015년 또 다시 어려움에 봉착한다.

임차해 있던 건물이 쇼핑몰로 재건축 되며 당장 오갈 곳 없어진 서점은 폐업 위기에 직면했다.

트론스모의 폐업 소식이 지역사회에 전해지자 오슬로 시민들은 연대했다. 지역의 지식인들은 ‘트론스모가 없어지면 오슬로 정신도 사라진다’고 주창하며 ‘서점 살리기 운동’을 펼쳤다.

연대의 힘은 아름답고 강력했다.

참여 시민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지역 공공기관도 가세하며 결국 트론스모는 더 크고 좋은 건물로 이전하게 된다.

트론스모는 베스트셀러에 집착하지 않는다. 입구부터 베스트셀러가 가득한 여느 서점과 달리 주제별로만 분류돼 있다. 가판대엔 책을 팔기 위한 마케팅 대신 더 다양한 책을 원하는 독자들의 니즈만 있을 뿐이다. 세계적인 명문서점은 베스트셀러에 매달리지 않는다는 이치가 트론스모에는 존재한다.

트론스모는 인문, 문학, 예술 분야를 다루는 서점이지만 갤러리 역할도 한다. 지역 작가들이 기증한 예술 작품들이 곳곳 전시돼 있다. 매주 목요일 저녁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독서토론회도 열린다. 독자와 시민이 함께 명품서점을 만든 훌륭한 모범사례다. 현재까지도 이곳은 개인이나 회사 소유가 아니라 100여명의 시민주주들에 의해 운영된다. 오슬로 시민의 절대적 지지와 자부심 속에 오늘날까지도 그곳은 ‘지성의 상징’으로 맥을 이어간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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