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민·대전본사 교육문화부 기자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옛날에 아이들 한 데 모아놓고 책 읽어줄 때가 좋았는데…"

"그럼 오랜만에 한 번 읽어주세요"

‘책 읽어주는 서점’으로 한때 이름을 날린 대전 중구에 위치한 계룡문고. 원도심 공동화와 코로나 19 시기를 지나면서 최근 폐업 위기에 몰렸다. 새로운 탈출구로 시민이 주주가 되는 ‘시민서점’ 형태를 꾀했으나 그마저도 제도적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지역 향토 서점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어지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어렵기만 한 상황.

현장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날, 헛헛하게 서점을 둘러보는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에게 책을 읽어달라 부탁했다. 다 큰 성인이 동화책을, 그것도 누군가 읽어주는 동화 내용을 감상하려니 어딘지 낯부끄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읽어주는 서점’으로 유명했던 그 때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첫 인상은 그저 싸늘할 정도로 휑한, 원도심 서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공간이 한 때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나 책장을 넘기는 소리로 가득했다는 이야기를 쉽사리 믿을 수가 없었다.

갑작스러운 요청이었지만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책을 펼쳤다. 늑대가 동물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도서관과 서점을 오가며 책을 읽다 나중엔 이야기꾼이 되는 소소하고 재미난 짧은 동화였다. 그 잠깐의 동화구연으로, 계룡문고는 더 이상 단순한 서점이 아니게 됐다. 더 구경해보고 싶고, 읽어보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날 계룡문고는 반나절간 다녀간 손님이 열 손가락에 안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오가는 손님은 적었지만, 그 손님들은 하나같이 계룡문고만의 특별함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터넷 서점과는 또 다른 매력과 역할로 원도심 시민들의 독서 니즈를 충족하고 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계룡문고 자체적인 경영 개선도 함께 따라줘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경영 개선을 위해서는 또다시 재정 환경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도돌이표 같은 상황만 반복되고 무엇 하나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는 차갑기만 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봄은 많이 떨고 견딘 자에게 먼저 온다’

박노해 시인의 시 한 구절처럼, 계룡문고에도 어서 봄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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