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범·충남본부 천안아산담당 부장

이재범 기자
이재범 기자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18년 축구생활을 이어 온 아직 창창한 나이인 30살 프로선수가 급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했다.

그가 SNS를 통해 남긴 은퇴 소감은 축구 팬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선수의 은퇴를 응원하는 많은 격려 글들이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이런 훈훈한 미담의 이면에는 선수가 속했던 구단의 ‘비열(卑劣)’한 행태가 있었다. 천안시티FC 골키퍼 임민혁 선수의 은퇴와 관련된 안타까운 뒷얘기를 쓰고자 한다.

임민혁은 지난해 전남에서 천안으로 이적했다. 계약기간은 2024년 말까지 2년간이었다. 그는 지난 시즌 막판 선발로 출장하면서 천안의 뒷문을 지켰다. 올 시즌을 앞두고서는 주전이던 김민준이 친정팀 경남으로 복귀하면서 팀의 주축으로 활약할 기회를 얻었다. 선수도 “올해는 해볼 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런데 구단 측은 해외 전지훈련을 앞둔 1월 초 그에게 “혹시 K3나 K4로 갈 생각 없느냐? 새로 온 감독 체제 아래에서는 기회를 받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꺼냈다고 한다. 동계 훈련 전 주전 경쟁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던 선수에게는 자존심이 한없이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구단 측은 ‘연봉 삭감’까지 언급했다. 지난 시즌 자신이 보여준 모습에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자 했던 선수는 이때 프로축구연맹의 연봉협상 조정위원회(조정위) 신청 카드를 제안했다. 별도의 에이전트가 없던 임민혁은 “자존심이 상했지만 이번에는 선수 생명을 걸고 제 권리를 찾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마련된 최종 협상 자리에서 구단 측은 “조정위를 가게 되면 구단이 불이익을 받는다. 어느 정도 조건을 맞춰서 계약을 해지하자”라고 통보했다.

이때 선수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구단과의 계약 해지를 하고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 적어도 몇 년간은 충분히 현역으로 뛸 수 있는 선수가 돌연 은퇴를 선언하게 된 배경이다.

그렇게 선수는 팀을 떠났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주전 골키퍼 자리는 새롭게 영입된 선수가 대신하고 있다. 최근 4년간 K3리그에서 활약했던 이 선수는 2020년~2022년 천안시축구단(천안시티FC 전신)에서 뛴 경험이 있다. 하지만 고질적인 부상 이력이 발목을 잡는 선수로 전해진다. 새로운 선수 영입 과정이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뤄진 것인지, 구단과의 ‘인연’에 의한 것인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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