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예산부담 줄이려 저가 유도
설계 단가 임의삭감·공종누락 등 심각

건설. 사진=연합뉴스.
건설.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관급공사를 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게 되는 거죠. 원자재 가격부터 산업안전 관련 관리비나 노무비 등 각종 비용은 오르고, 공사기간도 길어졌는데 공사비에는 이러한 현실이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전지역 한 건설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일례로 매년 십여 건씩 추진되는 도심 속 상하수도 관련 공사조차 농어촌과 달리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장기간 공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러한 사태의 배경으로는 예산 부담을 어떻게든 줄이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가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한 해는 그동안 지속된 시장 침체로 인해 모두가 안정화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적자가 우려되는 관급공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긴 힘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자체 발주 공사에 대한 선금 지급 한도를 전액 수준으로 확대하면서 건설경기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업계 안팎에선 아우성이 짙다.

현행 시스템은 사실상 저가 공사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공사를 수주하더라도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와 노무, 장비 등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는 153.26을 기록했다.

2015년을 기준(100)으로 뒀을 때에 수치인데, 2015년 대비 53% 이상, 5년 전인 2018년 말보다는 39% 이상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오름세는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보건 관리비와 일반관리비, 노무비 등 부담도 대폭 늘면서 전체 공사비 상승의 원인이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우선 지자체 등 발주기관의 예정가격 산정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합리적인 사유 없이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저가 설계와 설계단가 임의 삭감 사례가 빈번한 데다가 공종 누락, 물량 축소, 표준품셈 축소 적용 또는 미적용, 재료비·노무비 일률 삭감 등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다.

특히 대한건설협회는 30년간 일반관리비율은 76%, 간접노무비율(토목)은 64% 가량 올랐으나 공사비 반영 기준은 34년 전부터 유지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예정가격에도 한참 못미치는 낙찰률이 관급공사로 인한 적자 우려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2021년 기준 적격심사제 낙찰하한율은 85.5∼87.8%, 종심제 평균낙찰률은 79.1%로, 공사 수주를 위해선 비용을 12~20% 가량 절감해야 하는 처지다.

지역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건설경기 침체에 대응해 각종 규제 완화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공사비를 적정하게 책정하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저가 공사 유도는 시공 품질 저하와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안전 비용 축소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낙찰 제도와 원가 산정 등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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