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보신탕 시대]
몇 십년간 보신탕집 운영해온 상인들
3년 후 가게 접어야 하는 현실에 ‘한숨’
"폐업 후 5년 버틸정도의 보상 해줘야"
유통업자들도 보상안 없는 규제 ‘반발’
市 "보상안 나오면 종사자 지원 계획"

대전 서구 한 전통시장의 개고기 판매업소.사진=주찬식 기자
대전 서구 한 전통시장의 개고기 판매업소.사진=주찬식 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코로나 때 매출이 줄고 이제야 한숨 돌리나 싶더니 아예 장사를 접으라고 하네요. 보신탕을 보신탕으로 부를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18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 보신탕집 주인 최모(73) 씨는 최근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는 소식에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최 씨가 40년 동안 운영해온 가게는 점심시간임에도 음식을 포장하러 오는 손님들만 간간이 있을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 가게 간판에는 ‘보신탕’이라는 단어를 가리기 위한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최 씨는 "3년 전부터 도시 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보신탕이란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단속해서 아예 가려버렸다"며 "사회적 흐름이니 수긍은 하지만 (정부가) 폐업 이후 5년 동안 먹고 살만한 보상은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동구에서 60여년간 보신탕집을 운영해온 권성의(75) 씨 역시 더 이상 가게를 운영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울분을 토했다. 권 씨는 "쫓겨나는 기분이다. 보신탕을 찾는 단골 손님들 보는 재미에 가격도 5년 동안 안 올렸는데 너무 아쉽다"면서 "지금 심정으로는 얼마를 보상해줘도 장사를 못 접을 것 같기 때문에 앞으로 3년간 버텨볼 계획"이라고 토로했다.

이 식당에서 보신탕을 먹던 한 손님은 "우리가 (보신탕을) 먹겠다는데 왜 간섭이냐"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지난 9일 ‘개식용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3년 내 업종을 변경하거나 폐업 수순을 밟아야 하는 개고기 유통·판매업자들은 시름에 잠겼다. 앞으로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지역 개고기 유통업자들 역시 이렇다 할 보상안이 포함되지 않은 규제에 강하게 반발했다.

대전 서구 한 전통시장의 개고기 판매업소 주인 안모 씨는 "개고기 판매 매출이 사라지는 것인데 정부는 보상안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3년 뒤에 또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은 버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전시가 추산한 지역 내 개고기 취급 업소는 6~7곳이다. 허가 받지 않은 업소들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구체적 보상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시는 먼저 정부에서 관련 기본계획을 마련하면 그에 따른 전·폐업 지원 등 보상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특별법 통과 이후 3년의 유예기간 동안 정부의 구체적인 보상안이 나오면 그에 맞춰 개고기 종사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준 기자·주찬식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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