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없다…흔들리는 대전 엘리트 체육]
학생 감소·학부모 기피… 운영 난항
올해 대전여상 농구부 선수 ‘1명’
기본적인 패스·공격 훈련 불가능
한밭고 카누부 절반 이상 3학년
내년 대회 출전 불투명해진 상황

대전의 한 학교 농구장. (실제 기사와 무관한 사진입니다) 사진=함성곤 수습기자
대전의 한 학교 농구장. (실제 기사와 무관한 사진입니다) 사진=함성곤 수습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학생이 자취를 감추면서 대전 학교 운동부는 운영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프로 제도가 있는 팀 종목인데도 학교 운동부에 선수가 딱 1명뿐이고, 40년 전통의 고등학교 운동부도 내년부턴 대회 출전이 불투명한 것이 대전의 현실이다.

16일 대전 체육계에 따르면 대전여자상업고 농구부에는 현재 선수가 단 한 명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7명이었지만 이중 3명이 올해 졸업했고 또 3명은 타 팀으로 떠나거나 선수생활을 그만뒀다.

농구가 5명이 팀을 꾸려야만 경기가 가능한 게임이고 프로스포츠도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전여상의 선수 수급은 믿기 힘든 수준이다. 정식 경기는 물론이고 3대3 미니게임, 최소한의 패스와 일대일 공격·수비 훈련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윤정수 대전농구협회 전무의 최우선 과제는 농구에 소질 있는 여자 고등학생 물색이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인적자원 자체가 줄어든 데다 학부모의 운동 기피도 예전보다 강해져 그는 사실상 ‘사막에서 바늘 찾기’라고 토로한다.

윤 전무는 "요즘은 세상이 흉흉해 재능 있는 학생을 발굴하겠다고 각 학교 운동장·체육관에 들어갈 수 없다"며 "학부모를 설득하는 과정도 과거방식대로 거듭 찾아가길 반복하면 스토커가 될 수 있다"고 한숨을 내셨다.

이어 "농구는 신장이 기본 조건인데 어느 순간부터 이마저도 따지지 않고 여학생이면 일단 농구를 잘 할 수 있을지 보게 된다"고 현실을 짚었다.

학생선수가 없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한밭고등학교 카누부도 마찬가지.

한밭고 카누부는 1981년 창단한 국내 최초의 고등부 카누팀이지만, 내년이면 일부 종목에서 대회 출전이 불가능할 수 있다.

카누 세부종목 중 카약은 4명, 카나디안은 2명까지 단체전에 출전하는데 올해 한밭고 카누선수 6명 중 4명이 3학년이기 때문이다.

박대훈 한밭고 카누 코치는 "내년 지역 중학교 카누부에서 올라올 선수 2명을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며 "카누가 대전의 전략종목이고 올해 성인팀도 창단하지만 현실은 고교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투기종목인 복싱도 학생선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한범 대전복싱협회 전무는 "중등부 기준 13개 체급인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국대회 출전 선수를 지역예선으로 선발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체급별로 선수를 내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 전무는 "복싱도 태권도처럼 득점하면 경기를 멈췄다가 재개한다. 안전하게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대부분 부모는 피 튀기는 장면부터 생각하니 선수를 수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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