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경찬 기자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긴장이 모여 살얼음판이 된다. 몸도 마음도 떨린다. 유독 매서운 바람이 부는 그날이 왔다. 오늘은 2024 수능날이다. 수능을 안본 사람은 있어도 보고도 잊은 사람은 없다. 수능을 친 지 16년이나 지났음에도 그날의 기억은 생생하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집을 나서 시험장에 갔던 모든 시간들이 또렷하다. 책상 앞 12년을 그 하루에 걸어야 했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날이었다. 과거를 다르게 기억할 수도 있는 날이었다. 시험 정답이 인생의 정답이 될 것만 같았다. 그랬기에 무서웠고 무거웠다. 태어나서 청심환을 처음 먹은 날이었다.

☞끝나고 나선 후련함·허무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압박감 속에서 해방된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달린 그 운명의 하루가 끝난 것이 허무했다. 시간을 돌릴 수 없으니 더 그랬다. 성적표 또한 남아 있었다. 끝인데 끝은 아니었다. 수능 시험지의 정답은 공개됐지만 인생의 정답은 여전히 모르겠다. 재수해서 힘들게 간 명문대를 때려치운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식당을 해서 대박이 났다. 이 친구는 "수능 두 번 볼 시간에 더 일찍 일할 걸 그랬다"라며 후회를 한다. 또 한 친구는 4년제를 졸업한 뒤 전문대에 들어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다. 이 친구는 "남들 시선에 맞춰 갔던 첫 대학이 후회스럽다"라고 말한다. 또 다른 친구는 대학을 가지 않고 취업을 했다. 모두에게 선택지만 있을 뿐 정답은 없었다.

☞그렇기에 ‘수능’은 하나의 역(驛)과도 같다. 역은 어떤 기차를 탈지 결정할 순 있지만 아예 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중요하지만 꼭 가야 하는 곳은 아니다. 또 간다 한들 꼭 기차를 타지 않아도 된다. 쉬었다가 타도된다. 부디 수험생들 모두가 원하는 기차를 타길 바란다. 하지만 잘못 타도 괜찮다. 환승하면 된다. 놓쳐도 괜찮다. 다음 기차를 타면 된다. 그러니 인생까지 주저앉을 필요는 없다. 기다리면 기차는 온다. 올해는 킬러 문항이 없는 첫 수능이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치르는 첫 수능이기도 하다. 재수생이 역대급으로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이런 혼란 속 시험을 잘 치른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견하다. 나의 응원은 늘 같다. "수고했어, 오늘도"

김윤주 뉴스플랫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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