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식 충청남도 평생교육인재육성진흥원 원장

지난해 미국 주간지 US 뉴스&월드 리포트가 발표한 ‘2022년 가장 강력한 국가 순위’에 대한민국은 일본과 프랑스를 누르고 6위에 올랐다.

1960년대까지 외국의 원조 없이는 살 수 없었던 나라가 이런 위상을 차지하게 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기적과도 같은 현상의 요인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으뜸은 대한민국 ‘교육의 힘’이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세계 최강국의 반열에 올려놓는데 기여를 한 ‘교육의 힘’의 실체를 이제는 냉정히 살펴봐야 한다.

그 ‘교육의 힘’에는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 즉 초·중·고와 대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의 질과 수준’이 아니라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그 중심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자녀에 대한 교육 열정이 그 실체이고, 그 교육에 대한 열정의 정점은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가면 인생길은 알아서 열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성공적인 인생의 보장이라는 비합리적인 신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입 전형의 방식은 자녀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라 생각해 인생을 걸고 거기에 몰입하고 있고, 이 중 가장 중요한 자리에 ‘수능’과 ‘내신’이 있다.

지난 10월 교육부는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8년에 적용할 ‘대입 개편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수능의 경우 선택과목은 제외하고 문이과 관계없이 공통으로 배우는 과목만 응시하고 ‘객관식’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신은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변경해 ‘상대평가’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우리나라 고교 교육의 정상화 그리고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아쉬움이 많은 개편안이다.

자동차 면허시험 정도에만 남아 있는 객관식 문제로 대학에서 학문을 연마할 수 있는 심화되고 창의적인 역량을 측정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또 성적이 낮은 학교에 가면 더 좋은 내신을 받을 수 있을 것이 뻔한 상대평가를 고집하는 정책 입안자들의 안일함도 매우 걱정된다.

전국적인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시험에서 사고나 민원이 나지 않도록 치러내는 일에만 일차적인 관심이 있는 듯하다.

이런 전형제도를 유지하는데 수조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아마 대입 개편안에 따르는 경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진정 우리가 개편해야 할 것은 대학 전형 방식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학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올리고, 전 국민이 자기 개발과 제2의 자아실현을 위한 평생학습제를 구축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다.

세계 6위 대한민국의 대학 수준은 어떨까? 우리나라가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규모는 OECD 회원국 38개 국가 중 32위에 그치고 있고,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학 경쟁력은 세계 46위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을 위해 정말 고민해야 할 것은 대학교육의 질과 수준을 어떻게 올릴 것 인가이고, 더 나아가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한 성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양질의 교육을 평생 제공할 것인가 하는 평생학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여러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고 이제는 교육에서도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대입 제도의 개편이 아니라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되기 위한 인재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 그리고 대학과 평생교육기관에서 어떻게 육성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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