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 동구 쪽방촌 가보니
기온 급락에 부랴부랴 방한용품 준비
고장난 보일러는 수년째 제 역할 못해
‘치솟은 난방비’에 전기장판 아껴틀어
“에너지 빈곤층 후원 갈수록 감소” 한숨

대전 동구 쪽방촌의 한 주택 주방. 사진=김성준 기자
대전 동구 쪽방촌의 한 주택 주방. 사진=김성준 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날씨가 하루아침에 쌀쌀해졌어. 이번 겨울은 또 어떻게 나야 할지.”

입동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대전 동구 쪽방촌 주민 김영자(가명) 씨는 3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맞이할 겨울을 걱정했다. 이날 대전의 기온은 영상 7℃까지 떨어지면서 쪽방촌 주민들은 벌써 올겨울이 두렵기만 하다.

두터운 이불을 꺼내고 겨울 외투를 꺼내 입어보지만 앞으로 들이닥칠 강추위를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불을 넣지 않은 방 안에서는 바깥 한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방 한쪽에는 당뇨와 고혈압, 심근경색 등을 치료하기 위한 약들이 놓여 있었다.

냉골에서 매년 겨울을 보냈다는 김 씨는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을 떠올렸다.

전기장판과 전기난로만으로 한파를 견뎠지만 이마저도 전기료가 부담돼 마음껏 틀지 못했다. 고장난 보일러는 수년째 방치된 채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었다. 철거를 앞둔 쪽방촌 주민에게 고장난 보일러는 그저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김 씨는 “작년에 보일러를 고치려고 수리업자를 불렀더니 수리비로 100만원이 든다고 말하더라”며 “이 지역이 언제 개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큰돈을 들여 보일러를 고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 동네 주민들은 뭐가 고장나도 고치질 않는다. 어차피 철거할 건데 그냥 버티는 거지”라고 푸념했다.

또 다른 쪽방촌 주민 박건수(가명) 씨 역시 다가오는 겨울을 생각하면 막막하다. 치솟은 난방비에 올겨울이 유난히 두렵다. 박 씨는 “아무래도 난방비, 전기료가 우리는 부담되지”라며 “기름이나 연탄값이 많이 올랐으니까 그런 비용 지원을 더 늘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난방비가 부담되는 쪽방촌 주민에게 연탄이나 등유 같은 에너지 지원은 매우 중요하지만 후원을 갈수록 줄고 있다.

대전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지역 주거취약계층 460여가구 가운데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70~80가구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부 받은 연탄 규모는 20~30가구 수요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탄 가격 인상 등의 요인으로 주거취약계층이 필요한 연탄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해 연탄 소비자가격은 배달비를 포함해 900원대로 지난해보다 100원가량 올랐다. 거주지가 2층 이상이면 배달비가 늘어 1장당 1000원을 넘기도 한다.

대전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연탄 등 후원 규모가 코로나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등유가 필요한 가구도 156가구 정도 되는데 아직까지 전혀 후원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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