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 쪽방촌 가보니
한파경보… 갑작스런 강추위
할머니 전기장판·히터로 견뎌
다른집도 상황은 마찬가지
‘냉골’ 공동화장실 이용 불편
등유·연탄 후원까지 줄어
기름보일러 고장난지 오래
쪽방촌 주민 힘든 겨울나기

▲ 30일 오전 대전 동구 정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김수미(가명·81) 할머니가 단칸방에서 전기장판에 의지한 채 추위를 견디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 30일 오전 대전 동구 정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김수미(가명·81) 할머니가 단칸방에서 전기장판에 의지한 채 추위를 견디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너무 추워서 이불 밖으로 얼굴도 못 내밀어. 올 겨울도 전기장판으로 버텨야지 별수 있나."

한파경보가 내려진 30일 오전 대전 동구 정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김수미(가명·81) 할머니는 입김이 나도록 시린 단칸방에서 체념한 듯 말했다.

영하 3~4도를 넘나드는 혹한이 찾아왔던 지난밤 김 할머니는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추위를 견뎌냈다. 창고에 보관된 전기히터를 미처 꺼내지도 못 한 채 갑작스레 맞이한 강추위였다. 2평 남짓한 방은 외풍이 매우 심해 문과 천장 등 곳곳에서 한기가 들어왔다. 작은 침대 옆 탁자에는 고혈압과 심근경색 등 10여가지 약들이 놓여 있었다.

방바닥을 데워줄 기름보일러는 지난해 말 고장난 채 여태껏 방치돼 있었다. 김 할머니는 "이 동네를 전부 재개발한다고 하는데 언제 집이 철거돼 이사갈 줄 알고 수십만원씩 돈을 들여 보일러를 수리하겠나"라며 "춥고 전기세가 많이 나오더라도 전기장판과 히터만으로 견디는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쪽방촌 주민 이상민(가명·82) 할아버지 역시 지난달 지원 받은 연탄과 전기장판 만으로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연탄을 하루 3~4장씩 아껴서 사용하는 탓에 방에는 한기가 돌았다. 원래 사용하던 기름보일러는 지난달 고장났지만 아직까지 고치지 않은 상태.

이 할아버지 등 쪽방촌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 역시 냉골이었다. 화장실 내부에 전기히터가 설치돼 있었지만 꺼진 채 방치돼 있었고, 전원 버튼을 눌러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 할아버지는 "앞으로 철거한다고 전기를 꺼놓은 건지 히터가 안 켜져서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너무 춥다"며 "올겨울 내내 화장실 갈 때마다 추위에 떨어야 하는 것인지 상상만으로도 두렵다"고 밝혔다.

대전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정동과 삼성동 등에 거주하는 쪽방촌 주민들은 지난 10월 기준 400여명, 다른 지역의 주거취약계층까지 포함하면 611명에 달한다. 쪽방촌 주민들은 올해 기부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쳐 더욱 혹독한 겨울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등유 후원량이 크게 줄어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가구에 대한 지원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쪽방상담소 관계자는 "등유를 사용하는 가구가 150곳 정도 되는데 아직까지 후원 받은 등유가 전혀 없어서 이들에 대한 지원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탄 후원도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대전쪽방상담소는 오는 7일 쪽방촌 주민들을 대상으로 겨울철 내의와 김치를 전달할 계획이다.

김영수 대전시 생활보장팀장은 "날씨가 추워지거나 더워질 때마다 보일러나 에어컨 등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만 건물주가 따로 있는 상황이라 일일이 협의하기 힘든 점이 있다"면서 "겨울철 쪽방촌 주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알아보고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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