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등 열악한 환경 딛고 성과

▲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 핸드볼 여자 13세 이하부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벌초등학교 핸드볼팀. 한벌초등학교 제공

[충청투데이 심형식 기자] "제발 다치지 마라."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 핸드볼 여자 13세 이하부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청주 한벌초 김규빈 코치가 준비기간과 대회기간에 입에 달고 살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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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다. 핸드볼의 엔트리는 7명. 한벌초 여자핸드볼팀의 정원도 7명이다. 단 한명의 선수라도 부상을 입으면 경기를 포기해야 한다.

한벌초는 이번 전국소년체전에서 기적을 썼다. 정서빈·이수민·신효주·변나윤(6년), 이지아·김하은·강나율(5년). 7명의 선수들은 4번의 경기에서 단 한 번만 졌다. 부족한 여건을 고려하면 금메달과 다름 없다.

한벌초는 올해 2월 6학년이 졸업한 후 남은 아이들은 7명이었다. 이 아이들만으로 어떻게든 팀을 꾸려가야 했다. 더구나 한벌초 체육관은 낡고 비좁았다. 정상적인 훈련을 할 수 없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팀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두가 정예가 돼야 했다. 물론 주변의 도움도 컸다. SK호크스와 청주공고는 어린 선수들의 훈련을 위해 주기적으로 체육관을 비워줬다. 한벌초 핸드볼팀은 전국소년체전 직전 무려 남자실업팀인 SK호크스와 연습경기를 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주변의 도움이 있었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교체 선수가 없기 때문에 개인 체력훈련에 주력했다. 팀 훈련은 전지훈련 때나 가능했다. 전지훈련 때 합을 맞추고 돌아와서는 개인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훈련이 반복됐다.

올해 2월과 4월 전국대회에서는 6강에서 탈락했다. 선수도 부족한데 성적도 부진하니 팀에는 무시가 돌아왔다. 부족한 여건에서 무시까지 당하니 선수와 지도자는 악과 깡으로 무장하며 하나가 됐다.

전국소년체전에서는 달랐다. 예선 1·2차전은 손쉽게 이겼다. 29일 열린 준결승에서는 인천구월초와 전·후반을 13:13으로 비겼다. 평소 패널티드로우에 약한 한벌초 선수들이라 어려운 승부던지기가 예상됐지만 골키퍼 정서빈의 신들린 선방에 힘입어 16-15로 승리했다.

결승 상대는 전통의 강호 강원 황지초였다. 지난주 연습경기에서는 한 골차의 박빙의 승부였다. 나름 해볼만하다고 봤지만 매년 결승에 오르며 풍부한 경험을 가진 황지초는 처음 결승에 오른 한벌초를 압도했다.

김규빈 코치는 "충북이 핸드볼 명문인데 한벌초의 여건이나 부족한 선수 때문에 다른 팀의 무시를 많이 받았고 그런 점이 오히려 팀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크고 작은 부상에서도 믿고 따라 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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