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절주절] 이 날이 올 줄 몰랐다. 늘 멀게만 느껴졌다. 내일은 나의 결혼식이다. 5년간 연애를 하며, 언젠간 거쳐 갈 하나의 관문이라는 생각은 해왔지만 막상 다가오니 낯설다. 아직 실감이 나질 않는다.'결혼'이라는 말을 처음 뱉은 건 6살 때쯤이었나. 나도 어느 집의 꼬마아가씨와 다를 바 없이 "아빠랑 결혼할 거야"라는 맹랑한 소리를 외치곤 했다(그땐 세상 누구보다 아빠가 제일 멋있었다). 학창시절엔 "이러이러한 남자랑 결혼해야지(주로 연예인)"라는 로망이 있었고, 어른에 가까운 대학시절엔 "몇 살 때 쯤 결혼해야지"라고 막연하
자취생들에게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을 배달하기 위해 새벽다섯시부터 뛰는 청년들이 있다. 바로 아침 식사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새벽다섯시'다. '새벽다섯시'는 충북대학교 재학생들과 졸업생들로 이뤄졌다. 이들은 자취생활을 하며 엄마가 차려 주시던 아침밥이 그리웠다. 그리고 거기에서 '아침식사를 배달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만들어지고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음식, 철학과 신념이 담겨있는 음식. 그런 음식을 배달하기 위해 청주에서 그런 음식을 만드는 업체를 찾았다. 과일과 야채 외에 그 어떤 것도 섞... [김윤주 기자]
[酒절주절]어릴 땐 명절이 마냥 좋았다. 그러나 명절을 마냥 즐거워하는 어른을 보긴 힘들다. 아마 그중엔 제사를 지내야 하는 며느리도 있을 거고, 명절임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러나 오늘은 내 나이 또래, 청춘들의 명절에 대해 이야기할까 한다. 걱정을 가장한 공격에 두 번 우는 청춘들. 물론 이야기에 앞서 모든 경우가 이렇다고 일반화 시키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한다. 어찌 보면 어른(청춘)들의 어른들께 고하는 글이다.1. 가장 서러운 건 취준생이다. 그들에게 쏟아지는 가장 흔한 말은 "언제 취직할래?", "그냥
[酒절주절]새것이 아니라 옛것이 인기다. 대전만 해도 그렇다. 롤러스케이트장, LP 카페, 흑백사진관이 핫플레이스다.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어 현재를 잠시 '청산'한다. 아날로그 감성. 누군가에겐 편지를, 누군가에겐 삐삐를, 누군가에겐 2G폰을 떠오르게 한다. 시대는 다르지만 누구든지 아날로그 감성이 있다. 듣기만 해도 코끝이 시리며, 가슴이 뭉클해지는 그런 게 있다.29.8세인 난 '대학시절'이 가장 그리운 시기다. 엄마, 아빠 품을 떠나 타 지역에서 대학생활을 하며 자유로웠고 또 그만큼 두려웠다. 그치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장
[주절주절] 내 어릴 적 꿈은 일편단심 기자였다. 그 시작은 단순했다. 엄마는 달리기와 글짓기를 잘하던 내게 종종 우스갯소리로 "달려서 소식 알리는 '기자'하면 되겠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 꿈은 현실이 됐다.'편집기자'라는 생소했던 일을 업으로 삼은 지 햇수로 6년. 이직도 해보고, 권태기도 있었다. 편집기자는 늘 새로운 제목, 색다른 레이아웃을 고민해야 한다. 정답이 없기에 머리가 아프고, 정답이 없기에 무한한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여전히 재밌다. 그래서 다행이다.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내가 기자
[酒절주절]여름에만 볼 수 있는 헬스장 진풍경이 있다. 6월만 되면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있다. 러닝머신도 만원이요, 10명이서 동시다발적으로 샤워하는 건 기본이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게 있다. 8월 중순만 지나면 그 사람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진다는 거다. '헛것을 봤나' 싶을 정도로 헬스장이 텅텅 빈다. 아마 처음엔 다들 호기롭게 왔을 것이다. '올해엔 래시가드가 아닌 비키니만 입겠어', '웃통 벗고 王임을 보여주겠어' 이런 의지로. 그러다 다이어트에 성공을 한 것인지, 아니면 살을 빼기도 전에 가을이 온 것인지… 밀물처럼 왔다 썰물
뒷북이라 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렇지만 지나야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두 달 전 끝난 '프로듀스101 시즌2(일명 프듀)'가 그렇다. ‘프듀’는 아이돌을 꿈꾸는 연습생이 101명이 모여 최종 11인에 들기 위해 경쟁하는 TV 프로그램이다. 투표에 의해 연습생들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그들의 숙제이자 숙명이다.여자버전 시즌1도 인기였지만, 남자버전 시즌2는 더했다. 여자 프듀 1위보다 남자 프듀 9위의 표가 더 많았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보통 팬덤 문화는 '여자'가 주축인지라
[김윤주의 酒절주절] 얼마 전 친구네 집에 들렀을 때 일이다. 아파트 1층 보안문을 여는데 엘리베이터에 타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 중년 부부였는데, 아저씨가 열심히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아 물론, 닫힘(→|←) 버튼을…약간 얄밉긴 했지만, 욕할 순 없었다. 나 역시 그 버튼을 자주 누르기 때문이다. 물론 바빠서 조급함에 누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솔직히 가끔은 혼자 타고 싶어 눌렀었다. 친구들과 탈 때도 누군가는 "누구 타기 전에 얼른 닫아"라고 이야기한다. 또는 이미 누군가 누르고 있다.비단 나와 내 주변에서만 이러는 건
[김윤주의 酒절주절]내 인생에 있어 빠질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운동'. 운동을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 어릴 때부터 등산, 스케이트, 클라이밍 등을 해왔고 여전히 즐긴다. 달리기는 져본 적이 없다. 또 그런 아빠를 닮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술'이다. 신기하게도 엄마는 술 한 잔에도 취하는 '술맹'이다. 오빠는 또 그런 엄마를 닮아 술을 못 마신다. 술 유전자는 내게 몰빵된 셈이다.물론 한 번도 안 취해봤다는 건 거짓말이다. 객기도 부려보고 이불 킥도 몇 번 했다. 그러나 평소엔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 덕인지 술자리에서 꽤
[김윤주의 酒절주절]요새 푹 빠진 드라마가 있다. 바로 박서준·김지원 주연 드라마 '쌈 마이웨이(일명 쌈)'다. 살짝 소개하자면, 아주 어릴 적부터 친구인 동만과 애라는 유치할 정도로 맨날 치고 받고 싸우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커져 결국 커플이 된다. 말 그대로 '쌈'에서 '썸'이 된 거다. '남녀 사이는 친구가 없다'란 말을 그대로 보여준다.누구는 이 드라마를 보고 자기 애인을 단속시키며 "야, 봐봐. 남녀 사이에 친구가 어딨어"하고, 누구는 "이성친구 있을 수도 있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야"한다. 이런 싸움들이 낯설지 않
[酒절주절]'혼밥, 혼술, 혼여행' 혼자 다 하는 세상이다. 흔히 배워왔던 '인간은 사회적 동물'·'더불어 사는 사회' 개념과는 차이가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들이 일어난다 해서 사람들과의 정이 사라지고 무조건 혼자가 좋다는 이야긴 아닐 거다. 다만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정말 나 혼자 해야만 할 때가 있지 않을까?하루에서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와 나는 그 시간을 '온마타임'이라고 부른다. '온리 마이 타임(Only My Time)'. '오직 나만의 시간'이라는 뜻이다. 이 시간은 보통 퇴근 후, 자기 전 밤이나 새
[김윤주의 酒절주절]"야~ 이거 어떤 초딩 5학년짜리 카톡 프로필이래. 완전 이불킥 감이지 않냐?" 친구가 사진 한 장을 보내줬다. 글귀가 몇 줄 쓰여 있었는데, 본적 있는 글이었다.그 내용인즉슨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학원이라는 교도소에서, 교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출석부라는 죄수 명단에 올라, 교복이라는 죄수복을 입고, 공부라는 벌을 받고, 졸업이란 석방을 기다린다.'였다.하지만 난 "와~ 웃기다"라고 답장하지 못했다. 다만 안타까웠다. 꼴에 교육면 편집기자라 그런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초등학생들조차 교실이 감옥이라니… 고등학
[酒절주절] 소개팅을 주선하다 보면 당사자가 물어보는 건 딱 한마디다. "걔 어때?(아 됐고! 잘생겼냐고, 예쁘냐고)". 아, 물론 거기서 친구랍시고 객관성을 잃고 "내 친구야 예쁘지(잘생겼지)" 이랬다가는 그 소개팅을 밀어주는 게 아니라 말아먹겠다는 거다. 주선자로서 그들의 기대치를 너무 올리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각자의 '취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남자는 키가 작아서 품 안에 폭 안기는 여자를 좋아하고, 또 어떤 남자는 모델처럼 키 큰 여자를 좋아한다. 어떤 여자는 피부가 뽀얀 꽃미남을 좋아하는가 하면 또 어떤 여자는
[김윤주의 酒절주절]요즈음 친구들에게서 "나 결혼해"만큼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할아버지가 아프셔서 요양원에…",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이런 이야기들이다. 20대 초반만 해도 장례식장이 낯설기만 했는데 이젠 한 달에 한 번 가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다.서른 즈음, 충분히 그런 나이가 됐다지만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다.나 역시 3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우리 가족에게 커다란 아픔이었고 여전한 슬픔이다. 또 가슴 한편에선 언젠가는 부친상, 모친상을 겪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올 거라는 두려움이 밀려와 아찔하기만 하다. 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