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酒절주절]

요즈음 친구들에게서 "나 결혼해"만큼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할아버지가 아프셔서 요양원에…",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이런 이야기들이다. 20대 초반만 해도 장례식장이 낯설기만 했는데 이젠 한 달에 한 번 가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다.

서른 즈음, 충분히 그런 나이가 됐다지만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다.

나 역시 3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우리 가족에게 커다란 아픔이었고 여전한 슬픔이다. 또 가슴 한편에선 언젠가는 부친상, 모친상을 겪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올 거라는 두려움이 밀려와 아찔하기만 하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앞에서 안아주는 엄마, 뒤에서 지켜주는 아빠가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아빠의 아빠.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하염없이 떨리던 아빠의 어깨가 생각나 서글프다.

어떻게 보면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얼마나 이별을 많이 해봤는가와 같은 것 같다. 사람과의 이별부터, 졸업하면서 학교와의 이별, 이직하면서 직장과의 이별, 잘 가던 단골집과의 이별, 오래된 물건과의 이별… 삶이란, 이런 이별들을 지나 결국 마지막엔 나 자신과 이별을 하는 일련의 과정인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이별을 겪고, 이별을 하면서 나이를 먹는다.

물론 이별이라서 무조건 슬프고 아픈 것만은 아닐 거다. 잘못된 과거와 이별을 하고, 나쁜 습관과 이별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며 몰랐던 걸 깨닫게 되고, 보지 못했던 걸 알게 되는 좋은 이별도 있을 거다.

나 역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별을 겪어야 할지 모른다.

그래도 슬픈 이별, 어쩌면 좋은 이별을 하며 나이를 먹어가기에, 나는 앞으로 1년이 지날 때마다 "나이 한 살 더 먹었네"가 아닌 나 자신의 삶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도록 이렇게 말할까 싶다. "나이별 한번 더 했네"

<김윤주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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