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진식 기자] 최근 시골에서 사라져가는 추억의 장소 중 한 곳이 정미소이다.
이런 가운데 충북 진천군에서 3대째 가업을 잇는 정미소가 있어 눈길을 끈다.
화제의 정미소는 영농조합법인 ‘미(米)플러스’(진천군 이월면 장양길 74)다.
이곳은 현재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김태규(40) 사장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미플러스의 시작은 196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사장의 조부인 1대 사장 고 김동구 씨가 진천읍에 문을 연 사송정 정미소가 미플러스의 시초다. 당시에는 별다른 상호 없이 마을 이름인 사송정을 붙여서 사송정 정미소라고 했다. 사송정이 지금 자리로 이전한 건 2대 김문환(65) 사장의 결정이다.
1990년 선친에게 사업권을 넘겨받은 2대 김 사장은 정미소를 현대식으로 바꾸고 단순히 소비자가 가져오는 쌀 도정에 그치지 않고 선친과 마찬가지로 정직과 신용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갔다. 그러면서 사송정에서 쌀미(米)자와 플러스의 합성어인 ‘미 플러스’라는 브랜드로 상호를 등록하고 영업망을 늘렸다.
검도 특기생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병역의무를 마친 3대 사장인 태규 씨가 정미소에 합류한 것은 2005년부터다. 당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정미소의 일손을 돕기 위해 태규 씨가 힘을 보태기 시작한 것. 이런 그의 성실한 모습에 2019년 2대 사장은 아들 태규 씨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젊은 사장답게 3대 사장은 패기와 열정으로 시대적 변화에 맞는 복수의 다양한 사업을 설계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태규 씨는 "황금색 벼 나락이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대략 6~7단계를 거친다. 정미소 저장고를 나온 나락은 이물질을 거르는 정선과정과 석발기(돌을 골라내는 기계)를 거쳐 껍질을 벗기는 현미작업이 이뤄진다"며 "이렇게 옷을 벗은 현미는 석발기를 다시 거쳐 정미기를 통해 백미가 만들어진다. 이후 선별과 이물질 제거작업 등을 거쳐 포장돼 식탁에 오른다"고 벼가 우리네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공정을 설명했다.
3대에 걸쳐 오랜 기간 진천에서 신뢰 관계를 구축한 미플러스는 생거진천 알찬미, 현미, 찹쌀, 흑미, 잡곡 등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국가대표선수들의 요람인 진천선수촌과 인근의 청주SK하이닉스 공사현장 함바 등에 알찬미를 납품하며 찰지고 맛있는 생거진천 알찬미를 전국에 널리 알리고 있다.
2015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에 50t가량을 수출해 현지 식탁에 오르기도 했다.
태규 씨는 "쌀 소비가 갈수록 줄어들어 판로 확보가 어렵지만 그래도 미플러스에 대한 평가가 좋아 가장 큰 힘이 된다. 욕심 없이 정직하게 일에만 열중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혼신을 바쳐 일궈 놓은 터전을 반듯하게 세우는 것이 인생 최고의 목표"라며 웃음 지었다.
진천=김진식 기자 jsk1220@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