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충청을 대표하는 고암 이응노 화백은 동아시아의 서화전통을 활용해 현대적 추상화를 창작한 한국현대미술사의 거장이다. 동서양을 넘나들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그는 프랑스인들에게 서예와 동양화를 가르치며 동양 문화 전파에 힘쓴 교육자이기도 했다. 이응노미술관은 이응노 화백의 예술을 연구하고 증명하며 문화와 예술 발전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이응노 화백의 예술을 통해 지역 예술의 가치를 세계로 확산하는 창의적 문화예술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심에는 이갑재 이응노미술관장이 있다. 2023년 이응노미술관장으로 취임한 그는 파리 퐁피두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협업을 추진해 이응노미술관의 위상을 높여왔다. 또, 무명의 작가가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함과 동시에 이응노 화백에 대한 연구를 고도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 관장은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아 2년의 임기를 마친 이후 내년 4월까지 1년 연임이 확정됐다. 충청투데이는 이응노미술관을 대전 대표 문화 브랜드로 이끌어나갈 이 관장을 만나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연임에 대한 소감과 목표는.
"그동안 숨 가쁘게 달려왔다. ‘현대미술관, 대중미술관, 지역미술관’을 취임 후 목표로 설정하고, 전시 관련 학예팀 연구심화, 연구소의 역량 강화와 전시와의 시너지 확대, 시민을 위한 교육역량 강화를 추진했다. 이응노 상설전, 미술관 내외부의 정비, 직원들의 업무 분담 및 부서 이동을 통한 업무 효율화가 있었다. 그동안의 노력이 바탕이 됐는지 올해 전국 국공립미술관에서 이응노 작품이 전시되거나 전시될 예정이다. 지난해 미술관 개관 이후 가장 많은 관람객이 이응노미술관을 방문했으며, 그동안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는 듯하다. 전국에서 이응노미술관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올해 미술 전문 잡지에서 평론가들이 뽑은 주목할만한 작가 1위에 이응노 화백이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이응노미술관이 개최한 김윤신 전시회가 기획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응노미술관이 성심당 못지않은 대전 대표브랜드가 되길 바라면서 미술관을 경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전시와 연구의 고도화 및 시너지효과를 바탕으로 전문적이고 특화된 미술관의 성과를 거두고 싶다."
-재임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기억에 남는 전시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과의 협력전시인 ‘동쪽에서 부는 바람, 서쪽에서 부는 바람.’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협력전시를 진행하면서 학예역량이 강화됐으며, 파리 퐁피두미술관, 파리 세르누시미술관들과의 대등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이응노미술관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다음으로는 ‘김윤신, 아르헨티나에서 온 편지’ 전시다. 아르헨티나에서 40년 동안 무명의 작가였던 김윤신 작가가 이 전시를 기점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이응노 화백이 김윤신 작가에게 조각을 배웠다는 사실도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알려졌다. 전시를 통해 이응노 화백과 김윤신 작가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연구 성과를 도출해 냈고, 이응노미술관의 안목과 브랜드 가치가 눈에 띄게 부상했다."
-‘이응노’와 ‘이응노미술관’의 의미는.
"작가로서, 이응노미술관장으로서 ‘이응노’의 의미는 남다르다. 20여 년 전, 그림을 그리던 작업실 문 앞면에는 나를 상징할 수 있는 전시 포스터를 붙이고 뒷 면에는 존경하는 작가들의 전시 포스터를 붙여 놨었다. 그때 문의 뒷 면 맨 위의 자리를 지켰던 포스터가 바로 이응노 화백의 전시 포스터다. 포스터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이응노 화백의 얼굴을 보면 ‘항상 웃으며 작업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지곤 했다. 이응노미술관은 의미가 남다른 이응노 화백의 혁신과 작품의 의미, 위상을 담고 있다. 거기에 미술관 건축물 또한 파리의 유명 작가가 설계해, 건축학과 학생들이 견학을 올 정도로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다. 이응노미술관 구성원들은 미술관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의 중점 추진 사업은.
"이응노 화백의 삶과 예술을 전문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품격 있는 전시회 운영으로 세계적인 미술관으로의 도약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이응노미술관의 국내외 인지도와 위상을 드높여 대전시민들의 자부심이 되고 싶다. 성심당과 더불어 대표적 문화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그런 면에 있어서 이응노미술관을 바라봤을 때 전문적인 전시와 심도 있는 심포지엄 및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에 남도록 이응노미술관 구성원들은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행사 치르는 데 바쁜 학예사를 뜻하는 ‘행예사’가 아닌 학예사가 될 수 있도록 전시준비기간을 1년 이상 배분해 깊이 있는 전시회가 될 수 있게 노력 중이다. 이응노 화백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전시. 이응노와 관련 있는 전시회 발굴, 지역미술계와 지역작가의 적극적인 발굴 등에 중점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이응노 화백은 평생 멈추지 않았던 스스로의 혁신과 탐구는 미술을 대하는 개념과 태도를 확장해 동시대 예술의 지평을 넓혔다. 미술관의 구성원들은 이러한 고암의 뜻을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미술관 구성원이라면 숙명이다. 자율과 책임, 자기 주도적 성장으로 학예팀. 운영팀, 연구소 직원들의 역량을 스스로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거기에 관장의 섬세한 운영의 묘가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서는 할 수 없고 협력을 통해 대전시민에게 사랑받고 나아가 더 큰 미술관과 미술세계를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대전 시민에게 한 마디.
"대전에는 성심당 못지않은 문화공간이 있다. 둔산대공원 내 문화시설로 대전예술의전당, 대전시립미술관, 연정국악원, 그리고 ‘이응노미술관’이다. 다양한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한밭수목원 그리고 엑스포광장과 더불어 시민을 위한 마음으로 이응노미술관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대전 대표적인 문화브랜드 이응노미술관은 항상 시민에게 열려있으며 진정성 있는 품격 있고 깊이 있는 미술관으로 거듭나수 있도록 함께 가꾸어가는 열린 미술관이다. 많이 찾아주시길 부탁드린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