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송휘헌 기자] ‘충북 1호 야생동물 수의사’, ‘동물원이 싫은 동물원 수의사’, ‘수의사계의 이국종’, ‘바람이(사자) 아빠’.
청주랜드관리사업소에서 진료사육팀장을 맡고 있는 김정호 수의사에 대한 세간의 평가다.
김 수의사는 ‘갈비사자 바람이’의 구조와 치료로 인해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그는 본래 동물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열정이 있다.
동물 사랑은 어릴 적부터 유별났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시골에 살았었는데 지붕에 번식한 새끼 참새를 데려다가 한 달 정도 키우기도 했고 창고에서 쥐를 키우기도 했다.
그는 "시골에서 자란 환경 때문에 생태적인 감수성을 어릴 적부터 좀 갖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수의사를 자연스레 꿈꿨고 야생동물 수의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 진학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김 수의사는 "대학교에서는 개, 고양이, 소 등 이런 가축 위주로 교육을 받았고 야생동물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었다. 이 길이 어떤지 물어볼 사람도 주변에 없어 무작정 청주동물원에 실습을 나와 경험을 했고 서울대공원이나 에버랜드에 근무하는 수의사를 찾아가 물어봤다"고 회상했다.
그는 "1㎞ 정도 구불구불한 산길을 걸어 서울대공원 동물병원을 보았던 순간 가슴이 뛰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청주동물원 야생동물 수의사로 일하게 됐지만 현실은 그에게 냉혹했다.
‘가축은 보호자가 있지만 야생동물을 보살필 사람이 왜 없지’하는 의문에 이런 부분은 공공의 영역에서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에 공무원 수의사가 됐다고 한다.
김 수의사는 "동물 복지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던 2001년 처음 입사를 했는데 그때 동물은 케이지에 가둬 놓고 구경하는 구경거리였다"며 "수의사는 동물을 치료하러 온 사람인데 당시는 죽으면 새로 사지 뭐 하러 돈을 들여 치료를 하나라는 식의 인식이 팽배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에 근무 스트레스가 없지는 않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게 동물에 대한 애정이었다.
그는 "처음에 알고 있는 게 많이 없다 보니 동물원에 와서 일을 할 때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며 "야생동물에 대해 보다 더 잘 알아야겠다는 마음에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를 계속했고 청주동물원에 들어왔다. 부정적 에너지와 동물에 대해 배워야 하는 필요성을 학교에 가서 풀었다"고 했다. 다시 학업을 하다 보니 15년 정도 하루가 집~직장~학교~집인 쳇바퀴 생활이었다. 근무시간에는 항상 대기 상태였다.
김 수의사는 "초창기만 해도 동물원에 130종의 동물이 있었는데 어떤 문제가 어떻게 생길지 모르니 항상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고 치료를 해서 해결이 되면 강한 쾌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때는 동물원이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직장에 부정적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확 달라졌다.
그는 "요즘 동물원은 잘 살고 있는 동물을 잡아다 놓은 게 아니라 멸종위기종, 위험에 처한 동물을 치료하고 보호하는 곳으로 바뀌고 있으니 예전과 달리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수의사 진로와 관련, "동물을 좋아해서 수의사를 하려는 학생들이 있는데 배를 가르는 일 등이 있어 오히려 못할 수도 있다"며 "수의사는 동물이 필요한 것을 의학적인 지식을 가지고 해주는 사람이지 좋아하고 보고 싶은 이런 감정 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어렵다"고 조언했다.
또 후배 수의사들에게 "공공의 영역이기 때문에 다른 수의사들보다 보수가 덜할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왜 수의사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보호 받지 못하는 야생동물을 치료하는 만족감은 경제적인 것으로 다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수의사는 "동물원의 진짜 속살은 뒷공간"이라고 했다. 관람 이외의 지역에서 무엇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동물원에 어떻게 예쁘고 귀엽고 어린 동물만 있을 수 있을까. 다 나이가 먹고 아플 수 있는데 이런 동물은 어디에 있을까. 이런 것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송휘헌 기자 hhsong@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