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린·충북본사 편집국 기자

장예린 기자

[충청투데이 장예린 기자] 제22대 총선이 끝났다. 갓 1년이 된 기자초년생 입장에서 길기만 했던 이 총선 여정이 마음 한 구석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동안 많은 총선 후보들의 기자회견을 취재했다. 일천한 기자 경험 탓이었을까? 다양한 공약발표를 기대했지만 대부분의 후보들은 정책대결이 아닌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쟁 정당 후보의 치부를 들어내는 기자회견은 물론, 상대 후보를 향한 비방과 부정적인 의혹을 발표하며 혐오를 조장하는 후보도 있었다.

본인에게 불리한 기자회견이 열리면 어김없이 바로 다음날 단 한마디 말꼬투리를 잡아 되치기를 하는 후보, 그저 특별한 사유 없이 언론을 통해 얼굴을 알리기 위해 기자회견을 이용하는 후보…. 비속어까지 난무한 요지경 기자회견 경험이었다.

일부 당원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무슨 말을 해도 감싸주고 잘한다고 부추겼다. 누가 봐도 옳지 않고, 사실과 다르고, 이치에 어긋난 것으로 판단할 텐데 그저 ‘모르쇠’ 지지를 했다. 경선에서는 같은 당 식구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상대에게 험악했다. 이런 기자회견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늘어났다. 이런 기자회견의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반면에 소수정당 후보의 기자회견장은 썰렁하기 일쑤였다. 이런 게 정치판이구나 하고 촌평하기엔 너무 살벌하고 냉엄한 현실에서 가끔 나 스스로 미안함이 들기도 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애써 외면했다.

정치지도자라는 각 정당의 대표들은 충북을 방문해선 연줄 찾기에 골몰하고, 상대정당 헐뜯는데 바빴던 모습만 기억한다. 지역공약은 대부분 서로 앵무새처럼 입을 맞춘 양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 지도부와 사진을 찍기 위해 아등바등 자리를 차지하려는 후보들을 보고 있자니 ‘딱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들이 머문 시간이 짧았다는 점이다. 오래 머물렀다면 지지자들에게는 듣기 좋았을지는 몰라도 딱히 지지정당이 없는 이들에게는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온 그들의 말은 소음이었고, 행사 장소는 교통불편 현장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행태 비난에 앞서 공약발표가 아닌, 서로 헐뜯고 비난하는 기자회견에 귀가 쫑긋했던 나 자신을 반성해본다. 자극은 더 큰 자극에 반응하다 결국엔 무반응으로 이어진다고 한다는데 겨우 한 번 겪은, 혼탁하기만 했던 이번 총선 취재 경험이 향후 기자생활을 무덤덤한 촉으로 변하게 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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