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 서구 비상대피소 가보니
최근 잇단 北 도발로 시민 관심 고조
대피소 내 비상용품 없고 관리 소홀
홍보 부족 탓 주민들 위치도 잘 몰라

비상대피소로 지정된 대전 서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적재물이 쌓여있다. 사진=주찬식 기자
비상대피소로 지정된 대전 서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적재물이 쌓여있다. 사진=주찬식 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9일 오전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이곳은 정부가 지정한 민방위 비상대피시설이지만 응급처치함이나 비상조명 등 비상용품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정부는 대피소에 비상용품을 설치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 다수는 대피소 내 비상용품 비치 여부는커녕 거주하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대피소로 지정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해당 아파트 주민 박용선(61) 씨는 “주차해야 하니까 거의 매일 (지하주차장을) 오가면서도 민방위 대피소로 지정된 건 몰랐다”고 말했다.

유성구의 또 다른 민방위 대피소 역시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었다. 대피소 곳곳에 적재물이 쌓여 있었고, 식수와 비상용품 등은 보이지 않았다.

대피소로 지정된 서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내려가는 계단조차 찾기 힘들어 차량 출입구로 걸어 들어가야 했다.

대피소에는 소화기 등 민방위 물자가 갖춰져 있었지만 소화기는 점검 주기를 한참 넘긴 상태였다. 대피소에 비치돼야 할 손전등은 각 주차장마다 세 개에 불과했으며, 구급상자와 식수는 찾을 수 없었다.

다른 민방위대피소 중 하나인 서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관리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민방위 대피소를 알리는 표지 스티커는 주차금지 팻말에 가려 있었고, 내부 천장 곳곳에 누수 주의 표시가 걸려 있었다. 주민들의 개인적인 짐이 대피소에 나뒹굴었고, 비상용품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파트 경비원 A씨는 “지금 지하주차장은 누수가 심해 주차장 구실을 못하고 있다”며 “누수가 없는 구석 공간은 거의 창고처럼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사시 유동인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구의 한 지하차도 역시 노점상이 성행 중이었고, 출입구 한쪽에 물품들이 쌓여 있어 대피소로써 기능하기 어려워 보였다.

대전시는 자체 예산을 편성, 민방위 대피소에 비상용품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대피소 내 비상용품 비치가 권고 사항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있는 것이 좋기 때문에 관련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라며 “대피소 점검은 행안부와 함께 연 2회씩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