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 법동·송촌동 가보니
(구)하나은행 법동 지점 통폐합 이후
365코너 설치… 어르신 어려움 호소
“대면 업무 받으려면 20분 더 걸어야”
ATM 한계… 점포 효율화 불편 가중
근처 주거래 은행 없어 거래 끊기도

▲ 폐점한 (구)신한은행 법동 지점의 문이 닫혀 있다. 사진=서유빈 기자
▲ 대전 대덕구 법동에 위치한 하나은행 자동화 코너 임시영업장의 모습. 사진=조사무엘 수습기자
▲ 15일 정오경 방문한 대전 대덕구의 한 은행 지점에 고령층 고객들이 상담을 받거나 대기하고 있다. 사진=서유빈 기자
▲ 15일 정오경 방문한 대전 대덕구의 한 은행 지점에 고령층 고객들이 상담을 받거나 대기하고 있다. 사진=서유빈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조사무엘 기자] "할 수 없이 따라가는 시대라지만… 우리(노인)는 아직까지 이걸(인터넷 뱅킹)을 못 해서 너무 어려워."

15일 오전 대전 대덕구 법동·송촌동 일대에서 최근 은행들이 시행 중인 점포 효율화와 관련한 주민 의견을 청취해 보니 대다수가 ‘불편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법동의 경우 2021년 12월 (구)하나은행 법동 지점이 인근 대전 송촌중앙지점과 통폐합되며 현재 관내 시중은행이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지점 통폐합 당시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하나은행 법동 지점 자리에는 365코너가 설치돼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이날 365코너가 설치된 ‘하나은행 임시영업장’에는 은행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 방문한 어르신들이 줄을 이뤘다.

임시영업장에서는 입·출금, 송금, 통장 정리 등 ATM기를 통해 간단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면 업무의 주 고객층이 장·노년층인 만큼 이용에 어려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법동에 거주하는 최모(65) 씨는 "은행이 없어지기 전에는 집 앞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15분, 20분 더 걸어가야 한다"며 "상담도 받고 싶고 통장도 발급 받아야 하는데 직원도 없고 ATM기계만 있어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 통장도 곧 새로 발급받아야 하는데 매번 걸어가야 하다 보니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이 지역에 들어서 있는 한 중소 쇼핑몰 2층에는 신한은행 법동 지점이 운영됐었지만 앞서 2020년 하반기 폐점해 상가 앞 무인 ATM기 두 대가 운영되고 있다. 대덕구는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 점포가 단 14곳으로 대전에서 가장 적은데 △중소기업은행 2곳 △NH농협은행 3곳 △국민은행 3곳 △하나은행 5곳 △우리은행 1곳이 남았다.

그중 신한은행 법동 지점이 문을 닫으면서 대덕구 내 남은 신한은행 점포가 전무하다. 쇼핑몰 상인 A(59) 씨는 "건물에 있던 신한은행에서 거래를 해왔는데 다른 동네로 이전해서 은행 업무를 보려면 그쪽까지 가야 돼서 불편함이 크다"며 "일터, 집과 가깝게 있는 우체국과 농협 등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은행 점포가 없는 관계로 피치 못하게 ATM기나 인터넷 뱅킹을 이용할 때가 있는데 사용법이 미숙해 애로사항이 많다고도 털어놨다.

A씨는 "온라인 뱅킹을 하다가 자판을 잘못 눌러서 5만원 붙일 거 50만원 붙인 적도 있었다"며 "하루는 은행 ATM기에서 출금을 하려는데 돈이 안 나와서 문의 전화를 하고 사람이 오기까지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잇따른 은행 점포 폐점으로 가까운 곳에 은행 점포가 없어 금융선택권이 제한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날 하나은행 송촌중앙지점을 방문한 김모(70)씨는 동네에 있던 주거래 은행이 사라져 불가피하게 은행을 바꿔야 하는 처지다.

김모(70) 씨는 "원래 주거래은행이 국민은행이었는데 은행이 터미널 쪽(버스로 20분, 걸어서 20분 거리)으로 멀어지면서 못 가고 있다"며 "지금 쓰고 있는 통장만 다 쓰면 거래를 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조사무엘 수습기자 syb@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