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기웅 서천군수
군산지구 조성하며 설치한 북측도류제
‘민물 영양소’ 미생물 원활한 공급 차단
연안 생태계 파괴… 서천갯벌 썩어가
기수역 복원안 ‘수로 연결사업’ 제시
농촌용수 개발사업과 성격 전혀 달라
금강~서해 장구만 14.6㎞ 수로 조성
서천 앞바다에 금강물 지속 공급 골자
선박 통행 목적으로 만든 운하와 차이
유휴지 활용 수변공원·산책로 구상도

김기웅 서천군수
김기웅 서천군수

[충청투데이 노왕철 기자] 최근 서천에서 ‘길산천~판교천 수로 연결사업’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천군은 서천연안 갯벌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사업이라며 그 당위성을 강조하지만 일각에선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에 빗대 운하건설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군이 김기웅 군수의 공약사업 중 하나인 ‘길산천~판교천 수로 연결사업’에 대한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 김 군수를 만나 사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 사업 추진의 배경을 설명해 달라

"아시다시피 1990년 금강하굿둑이 생긴 이래 서천 앞바다는 지속적으로 연안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특히 1996년 군장국가산업단지(군산지구)를 조성하면서 군산항의 토사유입을 방지할 목적으로 군산외항을 바라보면서 유부도에서부터 약 7.1㎞ 길이로 설치된 북측도류제(導流堤)가 서천군 연안의 해수 흐름을 막아 금강에서 유입되는 각종 미생물 등 민물 영양소가 해류를 타고 군산해역으로만 공급됨으로써 서천 앞바다의 연안생태계가 파괴되고 서천갯벌은 썩어가는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 사업을 구상한 거다. 금강물을 장구만으로 흘려보내 서천 연안에 민물 영양소를 공급함으로써 서천 앞바다의 해양생태계를 복원하고 서천갯벌을 살려내자는 것, 이것이 바로 길산천~판교천 수로 연결사업의 목적이다. 선도리 갯벌체험장에서 맛살 등 조개류가 사라지고 있다. 서천 앞바다에서 매년 나타나는 김 황백화 현상은 염산, 밀식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민물로부터 유입되는 영양소의 원활한 공급이 차단돼 바다가 부영양화된 상태에 이른 이유도 있다. 서천 연안 기수역 복원을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 사업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서천갯벌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 농업용수 확보 이유는 없는 건가

"그렇다. 이 사업과 판교지구 다목적 농촌용수 개발사업을 혼동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전혀 아니다. 판교지구 다목적 농촌용수 개발사업은 금강에서 물을 취수해 부여군, 서천군을 경유하고 보령시 부사호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2026년까지 2080여억원을 투자해 양수장 5개와 용수관로 119,6㎞를 설치해 안정적인 물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는 국책사업으로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제가 추진하려는 길산~판교천 연결 수로사업은 서천 앞바다의 해양생태계를 복원하고 서천갯벌을 살리기 위한 사업으로 성격이 전혀 다르다."

- 수로 연결사업을 더 자세하게 소개해 달라

"지금도 작은 농업용 수로로 연결돼 있는 길산천과 판교천의 중간 허리부분 약 4.75㎞를 연결하고 길산천의 일부 취약지점을 정비하는 한편 준설도 시행해 화양면 망월리(금강)부터 종천면 장구리 배수갑문(장구만)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14.6㎞의 수로를 통해 서천 앞바다에 금강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길산천은 서천군 시초면 봉선리에 위치한 동부저수지(봉선지) 물을 타고 금강(금강조류관찰대)까지 이어지는 하천으로 화양면 화양들판(서래야 단지)을 비롯한 서천군의 주요 논에 농업용수를 대어온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판교천은 판교면 흥림리에 위치한 서부저수지(흥림지) 물을 타고 서해안 장구만까지 이어지는 하천으로 서천들판(신송리앞)의 주요 논에 농업용수를 대어 온 젖줄 역할을 한다. 물론 현재도 길산천과 판교천은 연결돼 있다. 길산천은 서천읍 삼산리에서 직천과 합류한다. 직천은 문산면 천방산에서 흘러 내리는 물이 문산면 북산리를 거쳐 서천읍 둔덕리를 따라 서해안고속도로 두왕교 밑을 거쳐 삼산리에서 길산천과 합류한다. 이 직천의 하류인 길산교 인근에서 갈라진 물길은 충절로 옆 수로를 타고 서천오거리를 지하로 관통해 서천특화시장옆을 지나 국도4호선인 대백제로를 지하 관통한 후 장항산단북로 진입로 주변에서 판교천과 연결된다. 현재도 소규모 농업용 수로로 연결돼 있는 길산천과 판교천 중간수로(콘크리트 수로) 중 길산천의 서천읍 삼산리 지점부터 두왕리 앞 도로, 4번 국도를 따라 판교천의 서천읍 신송리 지점을 잇는 약 4.75㎞ 길이의 수로를 건설해 금강에서 서해안 장구만까지 총연장 14.6㎞ 길이의 수로를 조성하는 것이 이 사업의 기본 구상이다."

- 그런데 왜 일각에서 운하사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표출되고 있나

"이 사업의 기본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본다. 심지어 일부에선 이 사업을 왜곡하는 상황도 목격되고 있어 안타깝다. 기본적으로 운하(運河)는 선박의 통행을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물길을 말한다. 수에즈운하 등 국제무역을 위한 대규모 운하를 제외하고도 우리나라 한강의 아라뱃길을 운하라고 부르고 있다. 이는 선박의 통행을 목적으로 건설하는 물길인 것이다. 그러나 제가 구상하고 있는 길산천~판교천 수로 연결사업은 선박의 통행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수로(水路)’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길산천~판교천 수로 연결사업은 수심 약 1m 내외의 얕은 수로다. 이 같은 얕은 수심에선 선외기(船外機)를 장착한 고무보트나 소형선박 이외에는 운항이 불가하다. 수로 폭이 100m에 이르느니, 수심이 6m라느니 하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낭설이다. 길산천~판교천 수로 연결사업의 수로폭은 현재의 길산천 폭 정도이고 수심도 1m 내외다. 하천의 유형도 현재의 하천정비사업이 완료된 판교천 수준이다."

- 수로와 운하, 그 차이가 여전히 모호하다

"이 사업과 관련해 저는 수로를 건설하면서 길산천(5.55㎞)과 판교천(4.30㎞) 정비와 준설을 함께 시행할 생각이다. 이를 통해 소형선박이 왕래할 수 있는 수변공간 조성과 주민 친수시설 제공도 함께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쾌적한 주거환경의 조성을 요구하는 추세에 따라 도시의 경우 호수공원과 수변공원이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는 마당에 군민들이 쾌적하게 여가를 활용하고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수변공원의 조성이야말로 군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군민의 건강추구권 보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하다. 새로 건설되는 수로가 서천읍 도심을 관통하고 서천특화시장 주변을 타고 흐른다는 점에서 수변공원과 산책로를 함께 조성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기왕에 수로를 통해 물길을 조성할 바에는 서천특화시장에서 소형 관광유람선을 띄워 배를 타고 금강을 따라 신성리 갈대밭까지 연결하는 새로운 관광상품개발도 고려해 봄직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갖고 있다. 군민 중에도 낚시를 취미로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기왕에 수로주변에 낚시터도 조성해 낚시인들에게 쾌적한 취미생활의 터전을 제공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구상들이 부수적으로 표출되면서 정치권에서 이 사업에 부정적 인식이 강한 ‘운하건설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려 하는 것 같은데 이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사업의 본질을 정확하게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

- 수변공원도 함께 조성할 계획인가

"그렇다. 새로운 수로를 건설하다 보면 제방공사 등을 하기 위한 공사로 확보 등을 위해 수로 주변에 공사용으로 사용한 유휴토지가 발생하게 된다. 이 유휴토지와 제방 등을 이용해 자연친화적인 수변공원과 산책로를 조성해 군민들에게 휴식과 여가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 기왕이면 수로를 타고 다양한 레져를 즐길 수 있는 수상레져시설이나 여름철에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야외 수영장 등도 구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장구만에서 금강물을 펌핑해 부사호로 가져가는 사업이 판교지구 다목적 용수로 사업과 겹쳐 중복투자라는 지적도 있는데

"궁극적으로 이 사업을 통해 금강물을 장구만까지 끌어올 수 있다면 이 물을 펌핑해 김 가공용수 등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부수적인 구상이다. 우리 서천의 마른김 산업은 지역경제에 매우 중요한 산업 중 하나다. 그러나 마른 김 산업을 위한 김 생산공장에서 김 세척용수가 매우 부족한 게 현실이다. 강수량이 절대 부족한 겨울철에 김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차제에 이 사업을 통해 장구만까지 금강물을 끌어온다면 마서면, 비인면을 거쳐 서면에 이르기까지 김 생산공장에 김 세척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까지 거시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2026년 판교지구 다목적 용수로사업 준공으로 주항저수지에 금강의 깨끗한 물을 끌어와 김세척용수로 양질의 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거다."

- 마지막으로 이 사업과 관련해 군민들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길산천~판교천 수로 연결사업은 제가 하루 이틀 고민해서 내놓은 공약사업이 아니다. 2018년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30%의 군민 지지를 받았을 당시에도 이 사업은 1호 공약으로 내세웠고 많은 군민들의 호응을 받았던 공약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저는 이 사업을 주요 공약으로 내워서 군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 사업은 이미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군민들로부터 검증된 사업이다. 저는 이 사업을 원활히 추진해야 할 의무을 안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 사업은 서천 연안의 해양생태계를 복원해 서천갯벌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단순히 ‘운하건설’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정치적 수사에 현혹되지 마시길 당부드린다."

서천=노왕철 기자 no85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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