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생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가 살해, 유기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아동학대 예방체계의 사각지대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어제 영아살해 혐의로 30대 여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여성은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아기를 출산한 직후 곧바로 살해한 뒤 자신의 집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화성에서도 비슷한 영아 유기 사건이 발생했다.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범행과정에서 비정(非情)이 묻어난다. 이번 사건은 감사원이 출산한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지자체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감사원이 조사를 벌이지 않았으면 그대로 지날 수도 있었다. 감사원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출산 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가 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 영유아 보호자 중 연락을 받지 않거나, 현장 방문을 회피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번 사건이 ‘빙산의 일각’일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안전이 불분명한 영유아 2000여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사각지대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이 존재를 확인하기 어려운 현 복지체계에 구멍이 있다. 이런 영유아들은 지자체의 보육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제도 밖 아이로 남을 소지가 있다. 심지어 부모의 학대나 아이를 낳아 거래하는 인신매매에 악용돼도 묻힐 수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제 "의료기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출생을 알리는 ‘출생통보제’의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신고 아동의 어머니를 추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부터 신속히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진즉에 그랬어야 했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며, 5만원의 과태료만 내면 그만이다. 현행법으로는 아동을 추적해 보호할 방법도 없다. 법제도가 미비하다면 즉각 뜯어 고쳐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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