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보호시설 퇴소한 청년들
정착금 사기 등 각종 범죄 노출
금전 문제 의논할 대상 마땅찮아
"사회 내몰리기 전 금융교육 필요"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1. 성인이 돼 대전의 한 청소년 보호시설에서 퇴소한 A(21·여) 씨. 그는 지난 5월 낯선 이들로부터 쇼핑몰 동업을 제안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A씨 명의로 휴대전화 4대를 개통해 팔아치웠고 예금해둔 지자체 수급비까지 가로챘다. 피해액은 800만원을 넘어선다.

#2. 2년 전 당시 22세 나이로 보호시설에서 나온 B씨는 알고 지내던 지인들의 꾐에 넘어가 사채업자에게 2000만원을 빌렸다. 이 가운데 1500만원은 지인들이 챙겼고 그들은 돌연 잠적했다. 사회에 발을 들이자마자 빚더미에 앉은 B씨는 막노동으로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청소년 보호시설을 퇴소한 보호 종료 청년들이 잇따라 사기 등 금융 범죄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들이 사회로 진출하기 전부터 금융과 경제 등에 대한 관념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일 경찰과 청소년 보호시설 등에 따르면 A씨로부터 금품을 챙긴 이들은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A씨에 대한 피해 보상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A씨에게는 한 달에 60만원 안팎의 지원금이 주어졌기 때문에 800만원은 한 해를 날 만큼의 상당한 액수였다.

이러한 사례를 두고 보호시설 관계자들은 정해진 제한 연령이 되면 곧장 사회로 내몰리게 되는 보호 종료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금전 문제를 의논할 대상이 마땅치 않은 데다가 가정 내 교육이나 사회 경험이 부족해 각종 범죄에 노출되거나 생활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광주에서 보육원을 퇴소한 한 대학생이 금전 문제로 고민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보호 종료 청년들의 비극적인 사례가 잇따르기도 했다.

대전의 한 보호시설 관계자는 “시설을 나간 뒤 금융 문제로 인한 피해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며 “심지어 종종 시설을 나간 아이들이 오히려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설 관계자들은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지자체나 국가 차원의 금융기관 등 전문가 예방 교육과 각 시설의 허브 역할을 도맡을 사례 관리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아 나는봄쉼터 원장은 “각 자치구, 심리상담소, 보호센터 등에서 퇴소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하려는 노력을 일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종 금융사고의 굴례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심층 사례를 관리할 수 있고,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함으로써 근본적인 자립을 도울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전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대전청소년자립지원관(대전 서구소재)도 금융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해당 기관은 보호 종료 청년의 주거에 초점을 맞춰 지원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기관 관계자는 “금융 지식 교육도 결코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라며 “단계적으로 그러한 대안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선교 기자 · 장심결 수습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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