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출생통보제' 도입을 등을 위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3.6.30 사진=연합뉴스.
지난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출생통보제' 도입을 등을 위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3.6.30 사진=연합뉴스.

의료기관이 신생아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알리는 출생통보제가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이른바 유령아동이 생기는 걸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여야 합의로 출생통보제가 국회의 문턱을 넘은 건 다행이나 한참 늦은 감이 있다. 이 법은 2년 전 발의됐지만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국민을 공분케 한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국회가 부랴부랴 관련법을 마련한 것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2011년 우리나라에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 도입을 권고한 뒤 출생통보제가 도입되기까지 무려 1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 돌이켜보면 여야가 이렇게 속전속결로 합의할 걸 오랜 시간 허송세월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병원에서 출산한 뒤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 200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가 진행되자 곳곳에서 의심사례가 나오고 있다. 경찰청이 지자체로부터 수사의뢰 받은 것만 95건에 달할 정도다. 2019년 대전에서 남자 아기를 출산한 20대 여성은 출생 신고를 하지 않고 아기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입건됐다.

출생통보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갈 길은 멀다. 출생통보제는 병원출산 아이를 대상으로 한다. 이 때문에 출산기록이 남지 않길 원하는 산모는 병원 밖에서 출산할 가능성이 높다. 병원 밖 출산을 막고자 보호출산제 도입이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입장차이로 답보상태다. 산모가 병원에서 익명으로 낳은 아이를 국가가 보호한다는 취지이나, 부모의 양육 포기를 부추기고 아동의 친부모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선다.

미등록 외국인 영유아는 또 다른 사각지대다. 미등록 외국인은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자녀들도 국적 없이 살아갈 수 있다. 국회는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위기에 처한 임산부가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다. 미비점을 하나하나 보완해 다시는 ‘유령 영아’란 말이 나오지 않게끔 해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