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환상형 구조 대신 고층형으로 설계
전문가 "보행연결성 악화·공간적 낭비"
‘시민 개방적’ 세종청사 기본방향 벗어나

정부세종청사 중심부에 우뚝 선 ‘중앙동 청사
정부세종청사 중심부에 우뚝 선 ‘중앙동 청사’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정부세종청사 중심부에 우뚝 선 ‘중앙동 청사’가 권위적인 ‘갑(甲) 동’으로 변질됐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기본계획인 ‘개방적 청사’의 이미지를 훼손한 것도 모자라, 소위 힘 있는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자리를 꿰차면서 이질감을 조장하는 분위기다. 보안 유지를 이유로 설치된 높은 철제 펜스는 ‘성벽’을 연상케하고 있으며, 중앙동 입주 공직자들도 외부와 단절된 설계로 불편을 호소하는 실정. ‘갑동’, ‘외로운 섬’이라는 불명예를 벗고, 열린 청사 이미지를 되찾기 위한 도시계획 개편이 시급하다.

12일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입주를 마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은 총 3452억 원이 투입돼 어진동 4만㎡ 부지에 업무동(지하 3층~지상 15층)과 민원동(지하 2층~지상 4층)으로 건립됐다. 중앙동 건립 목적은 기존 청사 부족 문제 해결이었다. 중앙부처 추가 이전으로 신축 수요가 발생하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기본계획 취지대로 계획된 청사부지 활용을 검토했다.

행복도시 기본계획에 담긴 중앙행정기관은 ‘행정 편의적, 폐쇄적인 배치를 지양하고, 탈권위적이고 시민친화적인 정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시민들이 접촉하기 쉽게 배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행안부가 중앙부 상업업무용지 전체를 청사부지로 변경하면서 중앙동 건립을 강행한 것.

문제는 설계 방향이다. 도시계획의 한 전문가는 "중앙동은 기존 환상형 구조와 달리 고층형으로 지어지면서, 정부세종청사의 질서를 무너뜨렸다"며 "당초 계획된 보행 연결성을 악화시키고, 지상 1·2층 피로티로 비워 놓은 건물은 공간적 낭비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또한 "행정타운 둘레를 높은 펜스로 둘러쳐 단지화시킴에도 모자라 힘 있는 중앙부처를 입주시켜 ‘갑동’이라는 수식어를 붙게 했다"면서 "시민 개방적 정부세종청사의 기본방향과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외부와 단절된 설계 탓에 공직자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공직자는 "중앙동에서 상업시설까지의 거리가 멀어 이동이 매우 불편하다"며 "1층 로비는 점심시간이면 엘리베이터 줄이 100m까지 늘어서 혼잡하고, 고층부 직원들은 계단 이용마저 어렵다"고 전했다. 오히려 민간상업시설 입주시 ‘BRT 정류장 인접’, ‘상업시설 근거리 배치’ 등으로 여건이 좋았다는 설이다.

실제 중앙동 일대를 둘러보면 높은 펜스로 인해 외부 단절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공직자들의 불편을 넘어 야간공동화 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다.

도시계획 수정이 시급한 시점이다.

중앙부처의 한 관계자는 "대안은 당초 계획대로 청사 사이 상업업무용지에 민간 복합시설을 건립해 청사타운이 BRT와 호수·중앙공원을 이어주는 교류의 공간으로 만들어 행정수도 청사단지의 특색을 살려야 한다"며 "행정타운 중앙부가 청사와 빈공터가 아닌 국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도서관, 컨벤션센터, 호수공원과 연계 가능한 청년주택, 호텔, 관련기관 사무실, 음식점, 커피숍, 행정타운 홍보안내소 등으로 채워져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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