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지사가 김창규 제천시장을 앞에 두고 시민들에게 도정을 설명하고 있다. 제천시 제공.
김영환 지사가 김창규 제천시장을 앞에 두고 시민들에게 도정을 설명하고 있다. 제천시 제공.

[충청투데이 이대현 기자] “외교관으로서 능력도 없더라.”

16일 제천시를 방문한 김영환 지사가 ‘제천패싱’에 성난 지역 체육인들의 거센 반발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도정설명회 자리에서 뒤끝 작렬했다.

외교관 출신 김창규 시장을 150여명 시민 앞에서 대놓고 질타하는 등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참석자들 사이에선 “내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는 허탈감과 “오죽했으면…”하는 탄식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 도정설명회 마이크를 잡은 김 지사는 김 시장 칭찬으로 입을 열었다.

김 지사는 “외교관 출신으로 자치단체장이 된 것은 처음 아닌가 싶다”면서 “외국에 나가보면 김 시장을 부러워하는 분들이 많다”고 치켜세웠다.

방금 전 곤욕을 훌훌 털어버린 듯해 보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부터는 이른바 ‘돌려까기’가 이어졌다.

심지어는 외교 주특기를 살려 역점 추진하는 ‘고려인 유치’ 사업까지 비판했다.

중간중간 김 시장의 정치력 부재를 우회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도지사는 체육인들 제지에 막혀 곤욕을 치른 것을 놓고는 “(김창규 시장이) 외교관 출신이라 협상을 잘해서 길을 터줄 것이라 생각해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오늘 와보니 외교관으로서 능력이 없는 것 같다”고 서운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러자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 시장의 역점 사업도 비꼬았다.

김 지사는 “충북도 인구가 200만이 되면 문을 걸어 닫을 생각인데, 그때는 고려인도 오려고 해도 올 수 없다. 제천시에 오려면 제천시장 허가를 받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에서 40만명을 데리고 오려한다. 한 장의 지도를 보고 생각했는데, 키르기스스탄 그런데 다닐 지도만 보지 말고, 대한민국 지도를 보라. 정치…”라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참석자들은 김 지사의 이런 발언을 “김 시장의 정책 방향과 동시에 정무감각을 우회적으로 비꼰 것”이라고 대부분 풀이했다.

김 지사는 성난 여론을 달래는 정치적 노련함도 선보였다.

그는 “오늘 와보니 (체육인들이) 체조 경기를 제천에 유치하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구나. 체조경기장 건립해 달라고 길을 막은 게 아니구나”라고 진단하면서 “충주, 음성이 발전해 가는 걸 빤히 보고 있는데,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구나 이렇게 읽었다.

제가 읽은 게 맞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시민들 사이에서 박수가 크게 터져 나왔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제천시가 6월 중 매출 규모가 각각 1조 5000억원, 3000억원에 달하는 상장기업 2곳을 유치할 것이라는 소식을 알려드린다”며 “투자적격심사만 통과한다면 체조경기장 건립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이대현 기자 lgija2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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