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희 대전시 전략사업추진실장

혹자는 지금을 첨단기술과 생산능력이 국가 안보로 직결되는 반도체 기정학의 시대라고 말한다.

지정학(地政學)이 지리적인 위치가 정치, 국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말한다면, 기정학(技正學)은 기술적 우위가 국제정치의 패권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패권 전쟁에서 중국을 압도하려는 미국과, 반도체 독립을 꿈꾸는 중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 주요국은 소리없는 전쟁 중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확고한 선두 국가이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시장 점유율 3% 수준으로 미국, 대만 등 주요 국가들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정부는 300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로 용인에 시스템반도체 산업단지를 구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수도권 과밀화를 가중시킨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집적화에 따른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중시한 국가적 차원의 정책적 결단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수도권 집중 투자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필요충분 조건인가?라고 필자는 반문해 본다.

기술집약적인 다품종 소량생산형 시스템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종합반도체회사(IDM)인 대기업 중심의 육성 정책과 차별화된 새로운 시도도 필요할 것이다.

활발한 연구개발 성과인 원천기술을 사업화함으로써 창업이 활발히 일어나고 창업기업이 글로벌 유망기업으로 성장하는 벤처형 반도체 생태계 조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최고의 기술을 연구하고 카이스트 등 대학에서 세계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기술력과 고급인재를 두루 갖춘 도시다.

1989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세계 최초 4M DRAM을 개발한 반도체의 고향이며, 또한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서 발표한 ‘글로벌 혁신지수’ 과학기술 집약도 부분 세계 3위를 차지한 도시이기도 하다.

이러한 강점을 살려, 대전이 반도체 혁신기술과 전문인력을 공급하고 수도권 클러스터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협력체계가 구축된다면 지역의 경계를 넘어 국가 반도체 경쟁력을 달성하는 최선의 방안이 될 것이다.

그 일환으로 대전시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공모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신청했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인허가 신속 처리, 용수·전력 등 핵심 기반 시설 구축, 세액공제와 부담금 감면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면에서 지난 3월 15일 「대전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선정은 의미있는 결과이고, 신속한 국가산단의 조성을 위해서는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은 당연한 수순이다. 160만 평이라는 대전 역대 최대규모 산업단지 부지가 마련돼 비수도권에 새로운 반도체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는 길이 열렸고, 여러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

더불어 소부장 기업·대학·연구소 등을 위한 실증과 국제 기술협력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는 반도체 연구 핵심거점인 ‘첨단반도체 기술센터’를 유치하고, 출연연 연구 인프라와 카이스트를 비롯한 15개 지역대학과의 연계를 강화해 국가 반도체 기술과 인재를 공급하는 대전이 되고자 민·관·연이 협심하고 있다.

미래 혁신기술의 사업화로 창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기업맞춤형 인재가 적기에 공급되며, 소부장산업이 이를 뒷받침하는 대전 반도체 특화단지는 지역 경제는 물론 국가 균형발전의 기반이 될 것이다.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과 수도권 일극에서 탈피하여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대전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은 지역과 국가 모두를 살리는 최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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