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 50주년 기념 출연연 수장을 만나다 6
이진용 한의학연구원장
한의학 과학화·표준화·세계화 주력
융합연구시대 ‘인공지능·ICT 융합’
경계 확장… 미래융합의학 만들어가
한의학 거점 국가연구기관으로 성장
출연연 기술패권경쟁 피할 수 없어
핵심전략기술 과감한 선택·집중 必
침 치료 효과·기전연구 등 연구성과
디지털 전환·바이오 헬스 이슈 맞춰
헬스케어·경락치료기기 개발 등 추진
연구동 건립… 침구연구 허브로 도약

[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가장 작은 규모로 서울에서 출발해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입주하면서 큰 전환점을 맞은 연구기관이 있다. 주인공은 한국한의학연구원. 대덕특구에서 독립적인 연구공간을 갖춰가며 어느새 한의학 거점 국가연구기관으로 떠오르게 됐다. 한의약의 가치를 과학적으로 풀어내며 그간 축적한 과학기술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는 곳이 한의학연구원이다. ‘과학’과 ‘한의학’ 결합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한의학 연구원 수장, 이진용 원장을 만나 현안과 앞으로 역점 사업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한의학연구원을 소개하자면.

"한국한의학연구원(KIOM)은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NST 소속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이지만, 처음에는 1994년 10월 서울 청담동에서 보건복지부 산하 한의학연구소로 시작한 곳이다. 1997년 11월, ‘한국한의학연구원’으로 승격되고, 2004년 2월에는 현재 위치인 대덕연구개발특구로 이전해 이 시기부터 본격적인 질적, 양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설립 이래 줄곧 한의학 과학화·표준화·세계화에 주력해왔다. 이제 융합연구의 시대를 맞아 한의학의 원리와 효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인공지능·ICT와의 융합을 통해 그 경계를 계속해서 확장하며 새로운 미래 융합의학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올해 대덕특구 50주년을 맞았다.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

"대덕특구는 지난 50년간 과학기술 혁신을 선도하며, 그간 축적한 과학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전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우리 연구원은 대덕특구보다 20년 정도 늦었지만, 2004년 잘 조성된 대덕특구의 품에 들어오면서 더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한의학 거점 국가연구기관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지속적인 도약과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오며 한의약의 과학화 표준화 세계화를 위한 경쟁력을 쌓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른 연구기관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대덕특구라는 공간에 모여서 함께 과학강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드는 일에 투신해왔다. 50년 전과 지금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상전벽해 수준이다. 앞으로의 50년도 기대되는 이유이다. 이번 50주년을 계기로 원로 과학자부터 신진 과학자까지 소통을 더 강화하고, 더 큰 도약을 위해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최근 과학기술계 또는 한의학연의 이슈는.

"아무래도 기술패권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출연연인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의 글로벌 정세를 살펴보면 코로나19로 인해서 잠시 미뤄졌을 뿐 기술패권경쟁은 피할 수 없는 그림이기도 했다. 기술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그 기술을 활용하면서 얻는 이익에 대한 다툼이 발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기도 하다. 다만, 이제 코로나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시도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지정학적 입지 등을 고려할 때 더욱 민감한 주제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출연연 구성원 모두가 우리 대한민국의 핵심전략기술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과감하게 선택하고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우리 연구원은 12대 국가전략기술 중에서도 ‘첨단 바이오’와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다. 중점기술로는 ‘디지털 헬스데이터 분석 및 활용’ 영역에 닿아 있다. 의료행위에 있어서 데이터는 매우 중요한 자료인데,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각종 생체데이터를 더 쉽고 정밀하게 수집하고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런 첨단기술들을 이용해서 의료현장에서 한의 빅데이터를 수집·축적하고 디지털헬스 진단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 한의소재 기반 천연물 합성신약 개발, 정밀의료 핵심기술 개발 등 첨단과학기술과 융합으로 새로운 미래의학을 보여드릴 예정이다."

-그동안 연구원의 성과를 소개하자면.

"침 치료의 효과와 기전 연구,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근거 확보, 한약자원 확보, 그리고 만성·난치성 질환 예방 치료기술 개발 등의 연구성과 뿐만 아니라 한의학 표준화 연구, 세계보건기구(WHO) 전통의학협력센터 지정,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연구성과를 확보했다. 더불어 2012년에는 국제학술지 통합의학연구(IMR)를 창간했는데,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통합해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한 연구를 소개하는 학술지다. 영향력지수 4.473으로 전 세계 통합보완의학 분야 7번째다. 현재는 상위 25%인 Q1 등급으로 통합의학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학술지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에는 세계 최초 ‘한의소재 기반 면역관문차단 종양치료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기존 면역항암제의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한의소재를 활용하는 연구는 항암뿐만 아니라 항바이러스 영역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 포도나무 줄기 유래성분을 활용하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치료 소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기존 연구뿐만 아니라 새롭게 WHO 연구과제 등을 수행하고, 교류하며 글로벌 의료보건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올해 또는 앞으로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면.

"이제 어느덧 3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최근 ‘디지털 전환’, ‘바이오 헬스’ 등의 이슈에 맞춰 한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개발과 한의 정밀의료 핵심기술 개발, 한의소재 기반 천연물 합성신약 개발, 바이오헬스 경락치료기기 개발 등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한의학의 역량을 첨단과학기술과 융합시켜 새로운 미래의학의 형태로 제시하고자 한다. 그중에서도 세부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은 ‘침구경락 ICT 융합연구’이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침 치료 시장 규모가 765억 달러(99.5조)에 달했다. 또한, 각국 의료시스템에 침치료 기술이 편입돼 활용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침구 분야 R&D 투자는 정체된 상황이었다. 기초 및 융합연구 인프라는 특히 더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민간영역까지 아울러 주도할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했는데, 그 역할을 한국한의학연구원이 하게 될 것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침구경락 ICT융합연구동’ 건립 설계에 들어간다. 이를 시작으로 글로벌 선도기술을 확보하고,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을 선도하고자 한다. 곧 ‘세계 최고의 침구연구 허브’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 전하고 싶은 말은.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첨단과학기술이 넘실대는 세상에서 과연 ‘한의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 경쟁력이 있는지, 믿을 수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우려를 잘 알기에 취임 초부터 더욱 ‘디지털한의학’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디지털’과 ‘한의학’은 결국 융합을 말한다. 수천 년의 지혜가 담긴 한의학과 최신 첨단과학의 만남을 ‘디지털한의학’이라는 단어에 녹여냈다. 최근 연구의 흐름은 분야를 뛰어넘는 융합이고, 이를 통한 혁신적인 성과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백 년 전 동의보감을 집필할 때에도 우리 한의학은 당대의 최신 의학지식들을 받아들이고 재해석하며 적용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는 이 기회를 바탕으로 한의학이 주도하는 미래융합의학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한국한의학연구원과 한의학을 지켜봐주고, 그 미래를 기대해줘도 좋을 것 같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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