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 50주년 기념 출연연 수장을 만나다 5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국내 바이오 연구 구심체 역할 수행
국가 생명과학 기술혁신 등 선도해와
바이오 분야 3대 패러다임 변화 맞아
불가능했던 新 산업 등 끊임없이 나와
디지털바이오 생태계 구축하기 위해
국가 바이오 데이터 스테이션 운영 중
백신·치료제 개발 허브 역할 수행
백신용 물질 5개 등 임상 진입 성과

 [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2003년 사스(SARS)를 시작으로 메르스, 코로나19, 원숭이두창에 이르기까지 신·변종 감염병은 이제 사회 재난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바이오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인류 보편의 건강·복지를 넘어 안보·통상, 공급망 관점에서 국가 생존 차원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유일의 바이오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이 같은 감염병 사태에 대한 대비는 물론 백신·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 바이오산업의 한 축으로서 톡톡히 역할을 해 내고 있는 김장성 생명연 원장을 만나 기관의 현안, 중점사업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소개하자면.

"바이오는 생명현상에 대한 이해와 탐구를 바탕으로 인간의 건강한 삶을 실현하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나가는 분야다. 미래 성장 동력인 바이오는 기초 연구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과의 융·복합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설계하고 국가혁신 성장을 이끄는 바이오 연구의 중심에 바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있다. 생명연은 국내 바이오 연구의 구심체 역할을 수행하는 바이오 분야 유일의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글로벌 바이오 원천 연구 및 공공 인프라를 지원함으로써 건강하고 안전한 국민의 삶에 이바지하고 국가 바이오 경제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1985년 설립 이래 38년간 국가·사회적 연구개발 수요에 맞춰 국내·외 연구거점 마련, 기초원천 연구 및 R&D 인프라 제공, 인력양성과 바이오산업 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 국가 생명과학 기술혁신과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선도해왔다. 또한 개방형 혁신과 디지털 연구개발 플랫폼 구축을 통해 국가·사회적 현안 해결에 매진하며, 산·학·연·병 협력의 구심체로서 ‘국민과 함께하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계로 도약하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올해 대덕특구 50주년을 맞았다.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온 대덕특구가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대덕연구단지 조성사업은 전국 각지에 분산돼 있던 각종 연구기관을 한 지역에 집적시켜 상호 간의 연구 시너지를 기하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50년이 지난 대덕특구의 연구개발비 규모는 2005년 1.8조 원에서 2020년 7.7조 원으로 4배가량 증가했고, 기술료 수입액은 2007년 777억원에서 2020년 1341억 원으로 늘었다. 이러한 성장의 중심에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요람이자 과학기술 혁신을 이끌어온 30여 개의 출연연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급속한 기술개발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점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기술융합 시대에 맞는 다양한 학제 간, 혁신 주체 간 협력과 연계 부족, 기초원천 연구성과가 원활히 지역혁신에 이어지지 못하는 점, 지속적인 인력 유출 문제 등이다. 이제 대덕 특구는 이러한 난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미래 50년을 준비하는 시점에 왔다. 출연연이 산·학·연 오픈 이노베이션의 허브이자 디지털 플랫폼이 되고, 출연연에서 창출된 성과가 지역산업 발전으로 연계되는 구조를 만들어 국가의 난제를 해결하고 지역혁신을 이루는 데 생명연도 힘을 쏟겠다."

-최근 생명연의 이슈는.

"바이오는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기술과의 접목으로 고비용, 고위험, 장기간이라는 바이오 R&D의 한계를 극복하며 디지털바이오 기술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 대전환 시대와 함께 3대 패러다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먼저 디지털화다. 바이오와 빅데이터, AI 등 디지털기술과의 융합으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신(新)연구, 신 산업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둘째는 전략기술화다. 혁신성뿐만 아니라 안보·공급망 관점에서 중요 바이오 전략 기술에 대한 글로벌 리더십 확보 필요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10월 첨단바이오를 12대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했다. 셋째는 플랫폼화다. 바이오 전 영역에 활용성 높은 플랫폼 기술을 통해 연구의 생산성, 비용,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감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생명연은 이러한 바이오 대전환에 대응해 국가출연연구기관으로서 핵심 거점 역할 기능을 강화하고자 한다.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디지털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 R&D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수집 및 관리해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바이오데이터스테이션(K-BDS)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빅데이터 기반으로 질환 발생을 전주기적으로 대응하고자 디지털바이오혁신센터를 신설해 디지털바이오 혁신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또 초격차 기술개발을 위해 블록버스터급 첨단 바이오의약 개발을 위한 플랫폼 역할도 강화해나갈 것이다. 국가 난제 해결을 위한 융합연구단 운영과 생명연 중심의 산·학·연·병 개발형 바이오 융복합 협력 플랫품 구축을 통해 국가 임무형 출연연 혁신을 주도하고 미래 이슈에 대응하는 글로벌 CoE(수월성 연구그룹)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그동안 생명연의 성과를 소개 하자면.

"우리나라 백신·치료제 개발의 실질적인 허브 역할을 수행하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기관 차원의 신속 총력 대응에 최선을 다했다. 코로나19 영장류 감염모델을 세계에서 4번째이자 우리나라 최초로 개발하고 위험도 높은 감염병 연구를 할 수 있는 특수시설인 ABSL-3 시설을 활용해 국내 기업에서 개발한 백신·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효능평가를 지원했다. 이를통해 치료제용 물질 6개, 백신용 물질 5개가 임상에 진입하는 성과를 얻었다. 특히 이 중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은 개발 제품이 허가품목으로 지정됐고, 진단기기 유효성 평가 지원 등을 통해 진단기업 젠바디의 진단키트가 허가품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앞으로의 감염병에 대비해 미국과 협력해 mRNA 기반 백신 플랫폼 구축 및 원천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 신·변종 감염병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필수적인 전임상시험을 상시지원하는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2021년에는 대표적인 유전자가위인 CRISPR-Cas9 보다 획기적으로 작고 다양한 유전질환의 치료에 사용 가능한 초소형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CRISPR-Cas12f1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DNA를 절단하지 않고도 교정이 가능한 교정기술을 개발에 성공해 기존의 유전자가위로 접근할 수 없었던 염기변이에 의한 유전질환 치료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높인 성과도 얻었다. 바이오산업 생태계 지원에도 힘쏟고 있는데, 공동기획 창업, 민간투자를 통한 기술창업지원까지 다각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대전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바이오니아를 비롯한 31개의 연구원 창업기업이 설립되기도 했다. 2000년부터 자체 운영 중인 바이오벤처센터에서는 지금까지 81개의 기업을 지원해 이 중 15곳이 한국거래소에 상장하는 등의 성과도 올렸다. 이들 기업이 거둬들인 매출액은 2021년도 기준으로 4600여억 원에 고용 창출효과는 1400여 명에 달한다."

-올해 또는 앞으로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면.

"연구부문에서는 첫째, 국가전략기술인 첨단바이오 기술개발의 허브로써 우리 연구원 역할과 책임(R&R)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전문연구소 등 미션 중심의 거점 연구개발 조직을 육성해 이를 전담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둘째, 산·학·연·병 개방형 바이오 R&D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확대해 글로벌 우수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중점기술별 협의체 및 협력 네트워크 운영을 보다 강화하고자 한다. 셋째, 첨단바이오 의약 분야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첨단 바이오의약 R&BD 실증 인프라 거점을 확보하고, 국가 인프라 조직의 전략성을 강화해 국가 전략자원의 지원역량을 높여 안정적 지원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이밖에 세대·직종·직급 등을 아우르는 대내·외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직원 간 소통 채널을 확대하고 수평적 소통 채널 등을 강화해나가겠다. 더불어 지역사회 공헌, 과학 대중화 및 교육 기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지역사회 및 국민과의 소통도 더욱 확대하고자 노력할 계획이다."

-마지막 전하고 싶은 말은.

"바이오는 인류의 4대 난제라는 질병, 식량, 환경, 에너지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 기술에 그치지 않고, 지금 우리의 생활과 산업의 방식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혁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바이오기술의 산업적 활용이 확대되고 기술융합이 활성화되면서 세계는 지금 바이오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산업이 창출되는 바이오경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생명연은 WAVE라는 4대 전략 방향을 도출하고 K-BIO의 새로운 물결(WAVE)을 선도하는 글로벌 연구원을 비전으로 설정했다. 수월성(World-class R&D), 개방성(Accelerating Open Innovation), 성장성(Vitalizing Bio- industry), 지속가능성(Enhancing Sustainability)을 의미하며, 생명연의 경영철학 이자 변화 모습이다. K-BIO의 새로운 물결을 선도해 세계에서 인정받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도약해 나갈 저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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