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 50주년 기념] 출연연 수장을 만나다 3
[인터뷰]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원자력연 국내 최초 과학기술 연구기관
설립 당시 에너지 빈국 탈출 사명 부여
예전과 달리 방사선 등 활용 연구 활발
방사성동위원소로 암세포 사멸 물질 개발
SMR 탄소중립시대서 가장 주목받아
안전성 매우 높고 출력 조정도 쉬워
연구원 혁신형 SMR ‘i-SMR’ 개발 착수
임기내 한국형 SMR 2기 이상 수출 목표

[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제3의 에너지로 수력, 화력에 이어 원자력이 각광받고 있는 등 원자력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원자력 안전 연구 1번지’로서, 다양한 원자력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연은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과학기술 연구기관이자 세계 최고의 원자력 연구기관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원전 최강국 도약이라는 목표 아래 각종 지원사업을 추진 하고 있다. 이러한 임무 중심에 서있는 원자력연의 역할이 어느때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원자력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는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을 만나 현안과 역점 사업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소개하자면.

"우리 연구원은 1959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기술 연구기관이다. 올해 벌써 64주년을 맞았다. 연구원 정관을 보면 원자력 학술의 진보, 국가 발전을 위한 에너지 확보와 함께 원자력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됐다. 설립 당시에는 ‘에너지 빈국 탈출’이라는 국가적 사명이 있었다. 1950년대는 전쟁까지 겪은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이었다. 우리나라도 원자력 연구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시대적 열망이 있었다. 그리고 그 열망에 보답했다. 세계 최빈국, 에너지 약소국 탈출이라는 초기 목표를 넘어 핵연료 국산화, 한국표준형 원전 개발, 국내 유일의 30MW(메가와트)급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독자 건설에 연이어 성공하며 원자력 기술 자립을 이뤄냈다. 이렇게 자립한 기술을 바탕으로 2009년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JRTR) 수출, 2012년 세계 최초 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SMR) ‘SMART’ 개발 등 명실상부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도약했다. 예전에는 원자력 에너지 활용 분야에만 성과가 있었는데, 지금은 방사선이나 양자 빔을 활용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성과가 다채로워졌다. 최근에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암세포를 사멸하는 나노물질을 개발했다. 또 미세먼지 유발 물질의 95% 이상을 제거하는 ‘전자선 기술’을 개발해 기업체에 이전하는 등 방사선 기술을 활용해 국민 건강과 생활 편익을 향상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올해 대덕특구 50주년을 맞았다.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

"지난 50년 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대덕특구에서 땀을 흘렸다. 전국 연구개발특구 중 가장 먼저 출범한 대덕특구는 우리나라에서 과학자들의 땀과 혼이 가장 많이 서려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전자통신부터 국방, 항공우주,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냈다. 우리나라를 정보통신 최강국에 들게 한 것과 독자적 군 전력 강화와 무기수출,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끌어올린 것도 전부 대덕특구 50년의 성과다. 우리 연구원도 원자력 기술 도입 50년 만에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출에 성공하며 우리나라를 원자력 기술 ‘도입국’에서 ‘공급국’으로 격상시켰다. 엄연한 원자력 강국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에 우리 연구원 기술로 개발한 우주용 동위원소 전지가 탑재돼 우주 실증에 성공했다. 이는 대덕특구 내 출연연, 대학, 기업 등 각 혁신 주체가 우수한 인적·물적 인프라와 선진적 연구 문화를 공유하며, 유기적으로 협력해 만든 결과다. 지난 50년의 역사가 성공적이었던 만큼 미래 50년도 잘 만들어가야 한다. 앞으로 더욱 치열해지는 글로벌 기술 패권 시대에 대덕특구가 한 발 앞서갈 수 있도록 우리 연구원도 산업계, 학계와 힘을 모으겠다. 대덕특구의 새로운 50년을 함께 이끌어가겠다."

-최근 원자력연구원의 이슈는.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다. 천연 에너지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전력망이 고립된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안보 강화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원자력이다. 또 원자력은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아 재생에너지와 함께 탄소중립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탄소중립 시대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원자로가 바로 SMR이다. 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SMR은 안전성이 매우 높고 대형 원전과 달리 출력 조정이 쉽다. 이 때문에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재생에너지와 궁합이 잘 맞다. 또, 우주와 극지, 오지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폭넓은 유용성을 지니고 있다. 최근 연구원은 기존 SMR보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대폭 강화한 혁신형 SMR인 i-SMR 개발에 착수했다. 2035년 이후 실제 전력망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방식의 SMR을 용도에 맞게 개발하고 있다. SMR의 하나인 초고온가스로(VHTR)는 발전뿐 아니라 수소 생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소듐냉각고속로(SFR), 용융염 원자로(MSR) 등 선진 원자로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동안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성과를 소개하자면.

"1995년 ‘하나로’ 자력 설계 및 건설, 1996년 한국표준형원전 개발, 2009년 요르단 연구용원자로 수출, 2012년 ‘SMART’ 표준설계인가 획득 등이 주요 성과다. 초창기부터 기술 자립이 연구원의 목표였는데 그 첫 사례가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다. 설립 초기인 1962년에는 미국으로부터 ‘TRIGA MARK-II’라는 국내 1호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해 기본 연구를 시작했다. 그 후 33년이 지난 1995년에 연구원은 설계부터 건설까지 자체 기술력으로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완성했다. 14년 후인 2009년에는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JRTR)를 1억 6100만 달러에 수출하며, 우리나라 최초로 원자력 시스템 일괄 수출에 성공했다. 원자력 기술 도입 50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원자력 발전 기술의 자립을 위한 노력도 계속했다. 1988년 원전에서 사용하는 핵연료 국산화에 이어 1996년 한국표준형원전 OPR1000을 국내 기술로 설계했다. 1990년대 후반 상업 운전을 개시한 한울 3, 4호기가 최초의 한국표준형원전으로 꼽힌다. 2009년 UAE에 수출한 차세대 한국형 원전 APR1400도 OPR1000을 개량한 모델이다. 저도 연구원 시절 APR1400의 핵심 설계 코드를 국산화하는 데 한몫해 더욱 각별하다. 2012년에는 세계 최초로 경수형 SMR인 ‘SMART’를 독자 개발했다. 하나의 용기 안에 모든 장비를 다 집어넣은 일체형으로 대형 원전보다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대형사고 가능성을 원천 제거해 안전성도 뛰어나다. 최근에는 ‘SMART’ 기술력을 기반으로 더욱 발전된 형태의 SMR인 i-SMR을 개발하며 미래 시장 선점을 준비 중이다."

-올해 또는 앞으로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면.

"한국형 SMR인 ‘SMART’를 임기 3년 이내에 최소 2기 이상 수출하는 것이 목표다.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 인허가까지 받았지만, 2012년 이후에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도면상 원자로 개발에 만족하지 않고, 실제로 지어보고 실효성을 입증해야만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받을 수 있다. 선진 원자로 실물화가 절실한 이유다. 현재 연구원은 캐나다 앨버타주 오일샌드 채굴 지역에 ‘SMART’를 수출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채굴장이 주로 오지에 있어 비용 측면이 중요한데, ‘SMART’는 한 번 연료를 채우면 오래 유지되고 건설도 쉬워 가격 경쟁력이 있다. 캐나다뿐 아니라 제3국의 수요까지 파악해 한국형 SMR을 수출하는 것이 연구원의 중점 목표다."

-마지막 전하고 싶은 말은.

"저는 지난 정부에서 탈원전 반대 100만인 서명 운동과 원자력 바로 알리기 활동을 주도했다. 거리로 나가 탈원전 반대 운동을 펼치면서 느낀 것이 국민과의 소통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결국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원자력 확대 정책도 원자력에 대한 국민들의 정확한 이해와 인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국민의 지지와 지역 사회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맞춰 연구원의 캐치프레이즈도 바꿨다. 바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원자력 기술, 국민과 세계가 지지하는 KAERI’ 이다. 앞으로 원자력 정책 수립과 원자력에 대한 올바른 정보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원자력 교육 등 미래 세대에게 올바른 원자력 지식을 전달하는 데에도 힘쓸 계획이다. 요즘 우리 연구원이 그 어느 때보다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원자력과 방사선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바로잡고, 우리의 크고 작은 성과를 효과적인 방법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겠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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